홍성담의 그림창고



                                                                          물 - 2/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8

[물 - 2]

'내 몸 한 쪽엔 뜨거운 핏빛 빨강색이고
다른 한 쪽엔 짙푸른 색이 너무 춥다

그 둘이 서로 좋아서 만났다가 서로 미워서 싸우다가
삿대질을 하면서 서로 등지다가
서로 쇠끝을 가슴에 깊이 박아 비명을 질러대는구나

내 몸은 하얀 백지와 같아서
햇빛 좋은 날도 씌어져 있고
구름이 잔뜩 그려져 있고
이슬비 내리기도 하고
폭우가 앞뒤를 분간 못하게 쏟아진다

내 한 몸 안에
천둥과 햇볕과 바람과 구름과 새와 이슬과 서리가
모두 들어앉았다
새싹이 돋고 꽃망울이 터지고 누런 이파리를 떨구고 열길 하얀 눈이 쌓인다
큰짐승 작은 짐승이 깃들고 하염없이 하늘을 날던 새도 하룻밤 쉬어간다

이제 그대가 내 몸 속으로  천천히 들어올 시간이다'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바리'의 몸속에 오른 발을 먼저 딛고
왼 발을 마저 딛을 때 까지
천년의 세월이 흘렀다.

.
  -목록보기  
제목: 바리 - 24 [물 - 2]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08 15:19
조회수: 1549


DSC_120808_1.jpg (149.1 KB)
Copyright 1999-2020 Zeroboard / skin by DQ'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