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10.30
['木魚' 95 - 반갑다, 반가워]

청둥이가 목어의 눈을 마구 쪼아대 충격을 준 탓인지 목어가 눈을 한 번 더 치켜뜨더니
몸을 크게 틀면서 뿌리로 바닥을 강하게 쳤다.
목어의 몸에서 우지끈 소리가 들렸다. 뉘어졌던 몸을 어렵게 일으키면서 위로 가까스로 떠올랐다.
우리는 목어 위에서 미끄러져 내리다가 등지느러미를 잡고 다시 목어의 등위로 기어오르면서 외쳤다.

‘뜬다! 떳어! 목어가 다시 정신을 차렸어’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한순간이었다.
청둥이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거대한 눈을 바라보며 또 발을 동동 굴렸다.

‘엥! 벌써 아홉을 셀 시간이 다 되었는지 저것 봐! 거대한 눈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어!
으앙! 괙괙 우린 또 망했어’

거대한 눈이 감았던 눈을 다시 떴다. 그리고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더니 깜짝 놀라며 붉은 뿌리에 힘을 주어 홱 들어 올렸다.
뿌리가 급하게 들어 올리면서 틈새에 끼어 낑낑 대며 빠져나오려고 힘을 쓰던 꽃지를 털어 냈다.
그녀의 몸이 갑자기 틈새에서 빠져 나와 위로 솟았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지면서 겨우 다른 뿌리의 밑둥에 매달렸다.  
청둥이가 벼락 같이 악을 썼다.

‘꽥꽥 꽃지가 틈새에서 빠져나와 옆의 뿌리로 옮겼다. 꽃지야! 꽉 잡고 있어!
금방 우리들이 구하러 간다. 아아앙 바쁘다 바뻐! 꽥꽥‘

거대한 눈이 다시 분노의 검은 그림자에 휩싸이며 뿌리들을 위쪽으로 들어 올려서 우리를 보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그러나 목어는 몸의 자세를 바로 잡았을 뿐 아직도 움직일 생각을 못했다.  거대한 눈이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면서 진저리를 쳤다.
모든 뿌리들을 들어 올려 물속을 마구 헤저었다. 목어는 뿌리들이 헤젓는 파동에 흔들거리기만 할 뿐 속수무책으로
그냥 물속에 떠 있을 뿐이었다. 몇 개의 뿌리가 끝을 날카롭게 들어 올린 채 목어를 덮쳐 왔다.
이때 뒤에서 강한 금속성 소리가 들렸다. 하얀사람이 금빛 삼지창을 뽀얀 속살 바닥에 찔러 꼽았다.
아까 붉은 뿌리에게 강하게 얻어 맞고 날아가 바닥에 떨어져 정신을 잃고 있던 하얀사람이 이제야 일어난 것이다.
햐얀사람은 거대한 눈의 뽀얀 속살위에 쓰러져 누워 있었지만 녹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거대한 눈이 흰자위만 허옇게 드러내면서 비명을 질렀다.
바닥의 하얗고 뽀얀 속살이 붉게 변하면서 고통스러운 듯이 크게 출렁거렸다.

‘흐흐흐, 원한은 원한으로 다스린다. 이 금빛 삼지창은 원신 남이 대장군의 양 팔이 실려 있다.
나도 여짓껏 세상에 대한 원한을 가득 품고 죽은 몸으로 살아 왔다만 오늘 너의 원한을 보니
마치 나의 얼굴을 거울에 비쳐 본 듯하여 추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구나.
너를 보고나서야 내 모습이 너처럼 징그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와 나는 영원히 사라져야 할 것들이야. 흐흐흐’

청둥이가 하얀사람을 돌아보며 외쳤다.

‘하얀사람은 역시 귀신이구나. 괙괙괙 죽지 않고 살아있었네.
그런데 우린 모두 다시 죽게 생겼어! 꽥꽥 잉잉’

‘살아있는 모든 것은 한번 죽지 두 번 죽지 않는다. 흐흐흐
오늘 내가 원한으로 가득한 저 괴물을 절단 내고야 말겠다.  
너희는 꼭 살아서 밖으로 나갈 것이다.
거대한 눈아! 오늘 너와 나의 모든 것을 걸고 결판내자‘

거대한 눈이 다시 괴성을 지르며 진저리를 치자 물보라가 가득 일었다.
하얀 사람이 삼지창을 하얀 속살 바닥에 다시 한번 강하게 박은 채 좌우로 비틀었다. 거대한 눈이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우리들 바로 밑의 뽀얀 속살이 파도처럼 들썩거렸다. 하얀사람이 삼지창을 즉시 빼들고 두 손으로 움켜쥔 채 달려가 위로 솟구쳤다.
하얀사람의 두 발이 바닥에 닿는둥 마는둥 달려가다가 거대한 눈을 향해 솟아올랐다.
그의 양손에 거머쥔 금빛 삼지창이 거대한 눈의 검은 동공 한 가운데에 정확하게 박혔다.
거대한 눈이 동공에 박힌 삼지창을 뿌리치려고 괴성을 지르며 상하좌우로 거세게 흔들었다.
하얀사람은 거대한 눈구멍에 박힌 삼지창을 놓치지 않는 채 거대한 눈이 몸부림치는 대로 함께 매달려
이리저리 세차게 흔들리며 부딪쳤다.  
거대한 눈이 움직임을 갑자기 뚝 멈추더니 금빛 삼지창이 박힌 부분에서 시퍼런 피를 쏟아냈다.
양 눈꼬리에서 굵은 눈물방울도 흘렀다.

‘끌끌끌 하얀귀신아! 너는 나의 원한이 그렇게도 보기 싫더냐?
나의 원한과 똑 같은 너의 모습을 보니 나는 너무나 반갑다.
철철 흐르는 이 퍼런 피가 보이느냐. 끌끌끌 그래도 기분이 좋구나.
원신 남이장군의 두 팔이 나의 눈에 들어오시니 나는 기분이 좋다. 끌끌끌 나는 그동안 너무 홀로 외로웠다.
삶도 아니고 죽음도 아닌 채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이 지옥에서 나는 너무 외로웠다.
내 눈을 열고 들어와라. 난 남이원신의 삼지창과 너를 절대 놓치지 않을 것이다.
반가워 크흐악 반갑다 크아하악 클크흐악’

거대한 눈의 동공 속으로 금빛 삼지창이 더욱 깊이 박혔다. 거대한 눈이 강한 흡인력으로 빨아들이고 있었다.  
청둥이가 하얀사람에게 삼지창을 빨리 놓고 뛰어 내리라고 악을 썼다.
삼지창을 쥐고 있던 하얀사람의 손도 시커먼 동공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얀사람이 뒤를 돌아보며 외쳤다.

‘나는 너희들에게 다시 못 간다. 내가 손을 놓으면 삼지창만 뺏기게 되고 거대한 눈은 다시 우리를 공격하게 된다.
내 몸이 동공 속으로 모두 빨려 들어가기 전에 너희는 얼른 꽃지를 구해서 이곳을 나가야 한다. 빨리!
청둥아! 목어가 빨리 정신이 돌아오도록 두들겨 패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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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40 / '木魚' 95 - 반갑다, 반가워
이름: damibox


등록일: 2008-10-30 16:33
조회수: 2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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