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물 - 3/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7.14

[물 - 3]

'바리'가 강바닥에 길게 눕자마자
쇠붙이 벌레들이 앙금앙금 기어와서
그녀의 살점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구경만 할 뿐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특히, 벌레들이 그녀의 젖꼭지와 자궁을 물어뜯을 때는
사람들이 황홀하게 몸을 떨었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무너졌다

강바닥에 잠겨있는 그녀의 검지손가락 끝이 말을 했다

'저승길에 드는 것이 이렇게도 힘이 들까'

그녀의 살점을 뜯어서 쌓아 올린 언덕에 그가 자리를 잡았다
활을 강하게 그었다
첼로 몸통이 벌벌 떨며 두개의 곡소리를 냈다
느리고 유장한 레퀴엠을 바탕에 깔고
'아름다운 강산'이 재즈풍으로 편곡되어 겹쳐졌다

찌이~엥~ 짜아~엥이~에엥 츄~웅~ 찌~이잉~엥
찐찌찐찌 찐지리링 링찡찌리찟찌지리젱 찟찌리징

그녀가 또 검지손가락 끝으로 말했다

‘산이 움직이면 난(亂)이요 강이 막히면 병(病)이 든다
이제 이 땅 어디에도 내 한 몸 편하게 누울 곳이 없고
내가 태어난 강마저 이렇게 내 살을 뜯어 먹는 일에
환장을 하고 있으니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는가 보다‘

곡소리에 맞추어 그녀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져
황대살을 지나 너른 바다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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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25 [물 - 3]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09 16:07
조회수: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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