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달 - 1/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10

[달 - 1]

내 눈을 홀리는 교교한 달빛이
인연의 끈을 길게 드리운다

'바리'와 그는 지친 기색이었다
그가 달빛 한 자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말했다

'이 아름다운 밤을 보았으니 이제 여한이 없다'

억지 잠을 청하고 있던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달빛이 내는 소리 같았다

'인연은 아름답다
인연을 통해서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거나 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 까지 모두 만날 수 있다
그러나 저 인연의 끈이 너를 영원히 지켜주지 못한다
인연은 순간이고 그 순간과 순간들이 아무리 쌓이고 쌓여도
결국 순간이다'

나는 몰래 수첩을 꺼내 계산을 했다

0×0×0 ......×0×0 = 0
0±0±0 ......±0±0 = 0
0÷0÷0 ......÷0÷0 = 0

숫자로 하는 계산은 정확하다
글자로 확인하지 않고는 절대 아무것도 믿지 않았다

저들은 검은 기름 대신에 달빛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달빛을 공급받기 위해서 UFO가 날아왔다

‘바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기억해라 「영원」도 「순간」이다’

산 아래 컴컴한 곳에서
인연의 끈을 잡으려는 온갖 도깨비들이
불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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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26 [달 - 1]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10 13:01
조회수: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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