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7.29
['木魚' 42 - 밤이 오다]

우리는 물속 도시를 감싸고 있는 장벽을 따라 길을 재촉했다.
장벽에 갇힌 도시들은 밤의 어둠이 밀려오자 더욱 바빠지는 듯 했다.
어둠 속에서 도시는 저마다 자신만의 불빛을 중심으로 선택과 포기를 확실하게 하므로서
불빛이 비추는 범위 안의 선택된 것에 대해서는 훨씬 더 소유욕이 본능적으로 강해진다.
그래서 어둠이 깊어갈 수록 도시는 화장을 짙게 한다.

버려진 건물의 잔해들을 지나서 뒤쪽 언덕 빼기 아래 제법 아늑한 작은 골짜기를 찾았다.
이곳에선 물속 도시가 바쁘게 자라나는 소리도 그들이 앞 다투어 밝히는 허망한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木魚가 그의 육중한 몸을 언덕에 기대어 자리를 잡았다.

‘내가 예전에 이곳에서 몇 번 쉬어갔던 적이 있었어.
이곳 물속에서 가장 안전하고 편한 두어 곳 중 한 곳이지.
조금 더 있다가 저 검은 바닥에서 달이 돋아 오르면 구경할 만해.
도시로 들어가는 길을 찾으려면 내일은 피곤한 하루가 될 수도 있으니까
오늘밤 모두 편하게 눈을 붙여 둬!‘

청둥이가 재빨리 목어 옆자리로 다가가 바닥에 턱을 괴고 길게 엎드려 누웠다.
나는 잠시 위를 향해 반듯이 누웠으나 쉽게 잠이 오지 않을 것 같아서 몸을 몇 번 더 뒤척였다.
청둥이가 바닥에 턱을 괸 채로 작은 골짜기 바깥으로 무한하게 펼쳐진 어둠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내 오른쪽 날개는 어디에 있을까? 되찾을 수 있는 걸까?’

‘물론이지!
좀 힘들기는 하겠지만....
암튼 옛날에 해망산 아래 갈대숲에서 살던 도요새가 세 마리의 새끼를 낳았어.
그 중 한 녀석이 태어나면서부터 한쪽 날개가 없었지.
성한 두 녀석이 청년이 되어 둥지를 떠난 뒤에 엄마도요가 남은 한 녀석을 데리고
그의 날개를 찾아주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어.
큰가리 섬과 작은가리 섬, 이 쌍섬 앞 큰 바다를 건너 서해로 이틀 밤 삼일 낮을 가면
상어가 입을 벌리고 있는 듯 하얀 이빨처럼 보이는 크고 긴 섬이 있지.
이 하얀이빨 섬이 다른 많은 섬들을 삼켰는데 닭 섬, 까마귀 섬, 갈매기 섬, 오리 섬, 기러기 섬... 그 사이에 작은 깃 섬이 있어.
엄마도요는 이 깃 섬에서 날개를 찾아내어 자기 새끼에게 달아주었지.
나는 몇일 후에 갈색 날개를 반짝이며 엄마도요와 함께 힘차게 날아오는 그녀석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았지‘

木魚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청둥이는 자기와 무관하다는 듯이 코를 푸르르 프르르 골며 이내 잠속에 빠졌다.
木魚의 뺨에 자신의 머리를 대고 곤한 잠에 빠진 청둥이의 천진한 얼굴은 편안하게만 보였다.

뭍에도 밤이 되었겠지.
물 밖 도시들도 이 밤을 더욱 자신만의 소유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새롭고 야릇한 짓들을 은밀하게 진행하고 있을 것이다.
이젠 물 밖 세상의 기억조차 아련하다. 사랑하던 사람들의 얼굴도 희미하다.
나는 물 밖 세상으로 되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많이 잃었지만 많이 얻었다.

아! 이곳은 고요하고 아늑하다.
이 고요와 편안한 느낌을 마음껏 누릴 속셈으로 나는 엎드려 턱을 괴고 누운 채 물속 바닥에서 달이 돋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물새 우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다.

‘木魚 너는 어쩌다가 이곳 물속에 머물게 되었지?’

‘.........’

‘우리는 이 물속에 영원히 갇히게 된 게야’

‘나는 영원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다’

‘넌 어디에서 왔어?’

‘음.....글쎄, 내가 어디에서 왔을까... 어디에서....
난 두 갑절의 전생을 기억하고 있지.
난 목어가 되기 전에 멋진 소나무였어, 그리고 소나무가 되기 전엔
아주 흉측한 큰 도적 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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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38 / '木魚' 42 - 밤이 오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8-08-05 12:55
조회수: 2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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