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10.24
['木魚' 92 - 외로운 눈]

거대한 눈은 스스로 가눌 수 없는 분노가 점점 더 그를 옥죄는지 자꾸만 눈을 좌우로 세차게 흔들면서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어지럽게 물속에 울려퍼지는 괴성들 사이로 가끔 웅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끅흑흑 아니야 아니야 내가 이래선 안돼. 크흐흐악 누가 이렇게 만들었지?
누가.... 아흑 멈출수가 없어'

핏발이 선 거대한 눈에 불꽃이 번쩍일 때 마다 광장을 만든 그의 하얀 속살이 부풀어 올랐다가 내려갔다.
그의  하얀 속살 가운데 박혀있는 별똥별이 흔들리면서 점점 불꽃을 길게 내 뿜었다.
멀미를 진정시켰는지 꽃지가 집게발로 청둥이의 발을 꼭 쥔 채 말했다.

'무서워. 그런데 저 거대한 눈을 자세히 보니 너무 서글픈 눈이야.
인간도 아니고 짐승도 아니고, 자기 맘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워.
자기 몸조차 제 맘대로 할 수 없는 외로운 괴물이야'

'괙괙 저 징그런 눈이 서글픈 표정이라니?  
저 뻘건 뿌리들이 꾸물거리며 우리를 잡아 먹으려고 하는데 외로운 괴물이라구? 괙괙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오기 싫었는데 저 인간에게 속았어.
으으으 아무튼 인간들과는 상대를 하지 말아야 돼!
꽃지는 염려마라. 이 청둥이가 널 지키겠다'

거대한 눈과 목어는 서로 노려보았다.
목어가 꼬리에 한껏 힘을 주어 위로 치솟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별똥별 위쪽으로 향했다.
이때 별똥별을 싸안고 있던 뿌리 하나가 목어의 머리 쪽을 향해 빠르게 솟아오르며 내쳤다.
목어는 급하게 뒤로 돌아서 솟아오르는 뿌리를 피하면서 별똥별을 바라고 몸을 급하게 아래로 가라앉혔다.
그러나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또 하나의 붉은 뿌리가 끝을 세워 목어의 정면을 향해 공격을 하자
다시 목어는 몸은 곤두박질을 하듯 뒤로 돌렸다. 목어의 등위에 있던 우리는 모두 한쪽으로 급하게 쏠렸다.
청둥이가 미끄러져 떨어질듯 하다가 날개를 퍼득이며 가까스로 균형을 잡았다.
나는 이 순간이 기회라고 판단했다. 저 아래 박혀있는 별똥별을 향해 다이빙을 하듯이 뛰어내렸다.
발로 물을 힘껏 차면서 밑으로 향했다.  빨간 불꽃이 너울대는 별똥별의 푸르스름한 모습이 저 아래 멀리 보였다.
일렁이는 불꽃들 사이에 무엇인가 얼핏 보였다. 조금만 더... 조금 더 내려가면 확실하게 볼 수 있다.
나는 손으로 물을 잡아당기며 빠른 속도로 별똥별을 향해 직진했다.
그러나 별똥별을 감싸고 있던 남은 뿌리 한줄기가 꿈틀대며 힘을 주더니 바람처럼 치솟아 내 가슴을 강하게 때렸다.
나는 그 충격으로 정신을 잃고 뒤쪽으로 날아갔다. 목어가 날렵하게 밑으로  돌아 나오면서 나가떨어지는 내 몸을 등으로 받았다.
잠시 아찔하며 정신을 잃은 나를 하얀사람이 껴안아서 목어의 등에 앉혔다. 목어가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이제 겨우 시작이다. 혼자서 행동을 결정하지 마라. 이것은 장난이 아니다’

청둥이가 뒤를 돌아보며 나에게 악을 썼다.

'저 인간은 자기 혼자 잘났어. 괙괙 지금 장난이 아니고 현실이야, 엄연한 현실!
우리들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현실이라구!
별똥별을 보러가자고 나를 꼬득여서 이런 생지옥까지 데리고 오더니
이젠 먼저 죽고 싶어서 안달이야! 괙괙괙 너 인간 땜에 난 쫄딱 망했어 망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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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37 / '木魚' 92 - 외로운 눈
이름: damibox


등록일: 2008-10-24 15:58
조회수: 2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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