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9.05.13
[용산망루_08 / 눈]

2009년 1월 20일 아침 7시.
산 같은 불덩이가 내 몸에 들어왔어

뜨거워서 너무 뜨거워서 분노할 틈도 없었어
애달복달하는 처자식도 보이질 않았어 너무 뜨거워서
숨을 들이키면 불덩이만 내 몸으로 들어왔어 너무 뜨거워서
맨 먼저 머리카락과 목줄기가 불 탔어
아침 7시.

남산 남쪽 용산 아래 아침 7시.
마지막 내 눈은 산처럼 일렁이는 불 속에서 똑똑히 보았어
등에 수십개 수천개 촛불을 심은 소 한 마리가
북한산 아래 불바다 서울 한복판을
두벅두벅 걸어가는 것을
나는 보았어 아침 7시.
마지막으로 그것을 보았어
내 몸을 지글지글 태우는 불빛 뻘건 불빛이
잠이 덜 깬 북한산의 이마 인수봉 바위를 붉게 물들이는 것을
겨울 아침 7시.

소 한 마리가 인수봉을 보고 두벅두벅 걸어 산속에 드는 것을
수천 수만의 촛불이 소 잔등에 심어져 있는 것을
아침 7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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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용산망루_08 / 눈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5-13 16:27
조회수: 2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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