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찾기/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7.10
[길 찾기]
그는 세상을 빠져나가는 길을 찾기 시작했다
바닷물에 눈대중으로 요리조리 선을 그어보다가
곧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서 점을 표시했다
삼각비 tan 알파는 밑변 분의 높이
각도를 취하여 직각 삼각형의 두 변의 비율을 반환한다
이 비율은 각을 마주하는 변의 길이를 각에 인접한 변으로 나눈 값
대충, 각도를 라디안으로 환산하려면 각도에 π/180를 곱하고
라디안을 각도로 환산하려면 라디안에 180/π를 곱한다
그러나 평면과 공간은 다르다
둥그런 지구를 쫙 펼쳐 지도를 만들 때 사라져버리는 공간이 있다
이 공간에 대한 정보가 없이 지도를 둥그런 지구로 다시 복원할 수 없다
지도상에서 사라져버린 공간에 세상 밖으로 나가는 길이 있다
그는 손가락으로 바닷물 위에 마음껏 '선'을 그었다
그의 눈길이 닿는 곳 마다 새로운 '점'이 찍혔다
점과 점이 이어져 '선'이 되고
선과 선이 만나서 '각'을 이룬다.
그러나 접선 벡터와 법선 벡터를 외적 하여 구해지는 바이노멀 벡터값은 믿을 수가 없다
인간의 일이란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모든 값이 결정되어버리면 하늘과 땅은 움직이지 않는다
만물과 더불어 사람도 소멸해 버린다
아직도 잠수함은 홀로 외롭게 바다 속을 떠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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