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두개의 혼/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6.25

[두개의 혼]

달빛은 잔잔한 바다 위에 하얗고 긴 베를 풀어 놓았다
그는 은은한 달빛조차 두려워했다
내가 그의 얼굴을 확인하려고 하면 자꾸만 얼굴을 모로 틀었다

그는 배 한쪽에 쪼그리고 앉아
손을 뻗어 바닷물을 떠서 입술을 적셨다
여전히 입술은 갈증으로 타들어 갔다

그가 '바리'를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열어 더듬거렸다

'어느 날 내 몸 속에 두개의 혼이 동시에 들어왔다
물렁한 가슴에 혼이 씨앗처럼 박히더니 금방 싹을 내밀었다
하루에 한 자씩 거침없이 쑥쑥 커서 지금은 내 몸 속을 모조리 차지하고 말았다
눈으로, 콧구멍으로, 입으로, 배꼽으로, 똥구멍을 통해 줄기를 밖으로 뻗히고 싶어 안달이다.

그 두개의 줄기가 모양새도 다르고, 색깔도 다르고, 냄새도 다르고,
맛도 다르고, 촉감도 다르고, 울음도 다르고, 웃음도 다르고,
내지르는 소리도, 하는 말도 다르다

그런데 간혹 그 두개의 줄기가 너무 닮아 보여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러다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징그러운 것 같으면서도 아름답고,
더러운 것처럼 보이다가도 곧 정갈하게 보이고,
큰 것 같아도 금방 작아지고,
살아 있겠다 싶으면 죽어 있고,
단단한 것 같으면서도 흐물흐물하고,

왜 그럴까

두개의 줄기를 쫓아 내 몸도 두개로 나뉘어 져서
한 쪽은 강하다가 다른 한 쪽은 약하고
한 쪽은 선하다가 다른 한 쪽은 악하고
한 쪽은 사랑하더니 다른 한 쪽은 미워하고
한 쪽이 배가 고프면 다른 한 쪽은 배부르고

하나뿐인 몸에
넋은 분명히 두개구나'

달빛을 받고 있는 그의 몸이 두개로 보였다가 하나로 보였다가
모로 돌리고 있는 얼굴에 눈이 두개였다가 세개 네개로 보였다가
왼 손바닥에 달려 있는 손가락이 다섯개였다가 일곱개였다가
밤하늘에 떠있던 달이 하나였다가 두개로 보였다가
내 모습도 두개였다가 하나로 보였다가

그의 모습이 몹시도 흔들렸다
작은 배도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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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09 [두개의 혼]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6-25 15:03
조회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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