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구멍/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7.2

[구멍]

밤바다는 날마다 커다란 알을 낳는다
하늘에 바다가 스며들거나
바다에 하늘이 스며들어서
거대한 성교 끝에
하얀 알을 낳는다

바다가 알을 까는 순간엔
불던 바람도 멈추고 울던 물새도 울음을 그친다
숨이 꺽꺽 막히는 침묵의 시간이다

저 하얀 빛에 빨려가지 않으려고
그가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건너편 어둠을 바라보던 '바리'가  젖가슴을 풀어 헤쳤다

'이제 또 바람이 달려 올 준비를 하는 구나
바람아 저 어둠을 몰고 와서 내 젖을 물게 하여라'

마른 나무 돛대 끝에 하얀 꽃이 피었다
아니다. 오직 어두운 밤하늘에 하얀 구멍이 뚫려있다

배가 돛대 끝에 크고 하얀 꽃 한 송이를 매달고
혹은 하늘에 뻥 뚫린 하얀 구멍을 돛대가 가리키고

알은 구멍이기도
꽃이기도
여백이기도
또는 달이 아니기도 했다

바다가 알을 낳는 순간에
내 아랫도리 맨살도 함께 찢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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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11 [ 구멍 ]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7-02 12:33
조회수: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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