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두 마리가 아니다/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6.11


[두 마리가 아니다]

어린 '바리'가  소나무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마을로 나를 데려갔다
그녀는 바쁘게 발걸음을 옮겼다

땅이 흔들렸다
맨발로 걷고 있던 내 몸이 비틀거리면서 넘어지자
'바리'가 나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두 마리가 아니라 한 마리다
단지 두 마리처럼 보일 뿐이다
두 개의 머리가 하나 뿐인 몸을 서로 자신의 몸이라고 우긴다
그래서 땅이 이렇게 흔들린다"

땅은 바다의 너울처럼 꿈틀거렸다
아득하게 먼 하늘 끝이 불타고 있었다

나는 지평선 너머로 도망가는 사람을 향해 총을 겨누었다
녀석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이 아니다

'바리'가 나의 귀에 속삭였다

"실탄은 단 한발 밖에 없다"

집이 흔들리고
소나무 숲이 흔들린다
내 뺨에 밀착된 총 개머리판도 떨리고
과녁도 흔들린다

20년 전에 컴컴한 지하실에서
그는 내 목 뒷덜미에 입술을 대고 말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다
널 믹사기에 넣고 갈아서 인천 앞바다에 쏟아버리면 그만이다‘

방아쇠에 얹은 내 손가락이 몹시 떨린다
녀석은 매번 내 과녁을 벗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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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03 [두 마리가 아니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6-11 12:58
조회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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