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하늘 옆구리에서 뜨는 해/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6.8


[하늘 옆구리에서 뜨는 해]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도대체 누군지 알 수 없다
아니, 알 필요도 없다

단 한 장의 이파리도 없이 활짝 핀 붉은 목단꽃은
나를 다시 집어삼키려고 쩍 벌린 자궁이다

목단 뿌리는 의자에 앉아있는 사람만이 볼 수 있다
뿌리가 하얀 사기질 둥근 알을 칭칭 동여매고 있는데
그는 사람들의 눈물이 저 알 속에 고여 있다고 했다

뉴스 말미에 갓 태어난 어린아이가 강물에 버려졌다고 전했다
소식을 말하는 여자 아나운서의 얼굴은
두텁게 쳐 바른 화장 때문에 무표정 했다

어깨에 총을 멘 군인들은 절대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더욱 두렵다
군인들이 가장 가까운 세상을  두 곳이나 지키고 있었다

세상은 이렇게 4개의 공간으로
너무나 정확하게 나뉘었다

사흘 동안 강물에 떠내려 온 아이의 얼굴에
온갖 벌레들이 들끓었다
메뚜기, 나방, 땅강아지, 집게벌레, 장구벌레, 지네, 사슴벌레, 풍뎅이
아이의 입속에 불개미가 가득하고 눈에서 지렁이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만약 군인들이 저 아이를 발견한다면
즉시 조준사격을 할 것이다

그는 32년 전에 도시로 넘어가는 고갯길에서 그런 모습을 보았다
총소리는 단 한 발뿐이었다
저수지에서 물놀이하던 한 아이의 머리 절반이 날아가 버렸다
하얀 뇌수가 쏟아졌다
총알이 너무 빠른 탓에 아이의 깨진 머리는 피도 흘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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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02 [하늘 옆구리에서 뜨는 해]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6-08 13:46
조회수: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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