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도요새의 웃음/ 26 x 36.5 cm/ 신문사진에 먹과 수채/ 2011.4.27

[도요새의 웃음]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거대한 물막이 제방 아래
사람 엉덩이 하나 앉기에도 좁아보이는 갯벌에서
아르바시 같은 긴 다리로 서있던 도요새들이, 글쎄
나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팩! 기분 더럽넹 사람 첨 봤어?  왜 웃는데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우리처럼 두발로 걷는 니덜만 보면 속이 끓긴 하는데
하는짓마다 멍텅구리 같아서 웃는다  왜 웃는 것도 죄냐?

팩! 나도 산전수전공중전우주전 두루두루 겪어 눈치가 잰넘인데
딱 보니 니덜 웃음이 날 비웃는거 아니가?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잘 아네  눈구녁이 뒷통수로 돌아가 붙게 눈치가 잰지는 잘 아네
그런넘들이 해안가 마다 제방 쌓아 갯벌이란 갯벌은 죄다 잡아 묵고
그 위에다 굴뚝 박고 도로 내고 산처럼 큰 건물 짓고
이리저리 찢어서 돈 사고 돈 팔고 대박 나고
그 다음은 니덜도 죽어나가는 것엔 왜 그 잘난 잰눈치가 없는공
어리석기가 꼭 무태 같거든

팩! 우헤헤헤
느그덜도 우리 인간처럼 처지와 조건에 맞추어서 얼릉얼릉 진화를 해야쥐
맨날 그 시그죽죽한 갯벌타령이야
세상에 어디 도요새가 니덜 뿐이던가
큰뒷부리도요  뒷부리도요  종부리도요  꼬까도요  좀도요  붉은가슴도요  메추라기도요  노랑발도요
흑꼬리도요 깝작도요 꺅도요 꼬마도요 목도리도요 청다리도요 삑삑도요 꼬까도요 마도요 넓적부리도요
숨이 차서 다 셀수도 없어
이 많은 넘들 중에 바뀐 환경에 적응 한 넘만 살아 남는 것이여!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그깐 책에 나오는 것이나 줄줄 외우는 짓도 딱 인간만이 할수있는 허무한 일 중에 하나지
저러니 인간이지 아주 딱 인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구먼
가무락  동죽  백합  바지락 고동이 다 죽으면 우리 도요새가 죽고
그 다음엔 니덜 인간들이 죽을 차례인줄 저렇게 까맣게 몰라요
그저 딱 인간 이상도 이하도 아니야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뾰리릿 뾰리릿 ㅎㅎㅎ
그래! 우리 도요새도 죽고 니덜 인간도 같이 죽자
그래! 암언! 니죽고 나죽자

제방 너머 멀리 검은 안개를 뒤집어 쓰고 달려오는 도시를 바라보며
도요새가 웃었다

뾰리릿 뾰리릿 ㅜㅜ ㅜㅜ
뾰리릿 뾰리릿 ㅜㅜ ㅜㅜ

도요새가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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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요새의 웃음
이름: damibox


등록일: 2011-04-28 15:54
조회수: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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