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개/ 31 x 36.5 cm/ 신문사진에 먹과 수채, 꼴라주/ 2011.4.15

[ 개 ]

나는 개다

왈왈왈

니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약 30리 떨어진 마나미소마시 오다카에서
주인넘에게 귀염받던 개다
지금 오다카 동네는 방사능 땜에 주민소개지역이다

내 주인넘은 동네 사람들과 함게
어디로 피난을 갔는지, 혹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아무튼 주인넘이 없어서 간혹 심심하지만
동료들과 오랜만에 자유스럽게 몰려다니니 즐겁기만 하다
이 세상은 사람만 없어도 금방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
아! 정말 편안하고 기분이 좋다

그넘들은 별 요상스럽다
지들에게 편리하고 이득이 많아서 만들어 놓은 것 땜에
이제는 무서워서 피난을 가다니 왈왈왈
졸나게 웃긴다

그넘들에게 귀염을 받으려면 극히 단순한 재주를 피우기만 하면 된다
'앉아' 하면, 앉으면 되고
'서' 하면, 뽈딱 일어서면 되고
공을 던지면서 '줏어 와' 하면, 그 공을 입에 물고 오면 되고
주인넘이 저만큼 보이면, 꼬리를 흔들면 되고
모른넘이 지나가면, 왈왈왈 짖으면 되고
'손' 하면, 발을 내밀어도 주인넘은 좋아서 환장을 한다
이정도 재주만 보여도 그넘들은 기뻐 날뛰며
나를 껴안고 키스를 하는둥,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둥
목욕을 시켜주는둥, 손톱발톱을 깎아주는둥
여그에 똥싸도 치워주고, 저그에 똥싸도 치워주고
참 짜증나기는 하지만 옷도 입혀주고 신발도 신켜준다
증말 웃기는 바보들

내 주인넘도 과연 죽었는지 살았는지 피난갔는지
나도 모르겠다
알 필요도 없다

좌우지간, 지금 여기 오다카 동네는 사람은 물론 사람그림자조차 개뿔도 안보인다
완죤히 개 세상이다

새로운 인류.... 개류
개 세상이다
왈왈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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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름: damibox


등록일: 2011-04-15 14:46
조회수: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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