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노무현의 시대/ 194 x 400 cm/ 캔버스에 유채/ 2012년

[노무현의 시대]

사람 노무현, 그이가 그립다.

나는 그이가 청와대의 칙칙한 장막과 같은 환경에서 벗어나
봉화마을에 정착해갈 즈음에 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8년 겨울쯤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스케치를 끝내기도 전에 그이가 자살을 했다.
자살의 충격 때문에 나는 이 그림을 더 이상 진척할 수가 없었다.
일시적으로 중단된 이 그림은 작업실 한 구석에 너무 오랫동안 치워져 있었다.

그리고, 이명박의 <4대강 죽이기>가 한창 진행되던 2011년에
이 그림을 이젤에 올리고 그리기 시작했으나
겨우 스케치를 끝내고, 억지로 밑색만 칠한 후에 또 다시 작업실 구석으로
치워졌다. 물론 처음 구상했던 것과 어느 한구석도 달라진 곳이 없었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갔다.
박근혜 정권이 들어선 후, 2013년 8월에 나는 용기를 내어
이 그림을 다시 이젤 위에 올렸다.
그리고 거의 스스로 내 자신에게 강제하여 이 그림을 완성했다.
그러니까, 이 그림을 시작하여 완성한 시간까지 6년이나 걸리다니...

이 그림을 보고 어떤 이들은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비판을 할 수도 있겠다.
그러한 비판은 당연하다.
그러나 한국 현대 정치 역사에서 그이는 우리에게
감히 <노무현의 시대>라는 귀중하고 특별한 상황을 만들어 주었다.
당대를 살아가는 화가라면
그런 특별한 시대를 그림을 통해 형상화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의무와 권리를 갖는다.

이 그림에 등장하는 어떤 분들은 이미 고인이 되어
그이가 계시는 하늘나라에 드신 분들도 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은 협잡과 사기와 위선이 난무하는 정치판을 떠나서
본디 자신의 일로 되돌아와 충실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올해는 <세월호> 때문일까?
오늘따라 왜 그이가 보고 싶을까.

5월. 어김없이 찾아온 그이의 추모일에 즈음하여
<대통령>이 아닌,
사람 노무현. 그이의 영전에 이 누추한 그림을 바친다. (화가 홍성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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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무현의 시대
이름: damibox


등록일: 2014-05-24 12:05
조회수: 2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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