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9.01.22

['木魚' 109 - 물속에 든 낮달]

나는 늦잠을 늘어지게 잤다.
가을 아침의 서늘한 기운이 물속에 가득하다.
청둥이가 맨 먼저 일어나 빨리들 일어나라고 부산을 떨었다.
목어가 오늘은 썰물 끝을 타고 출발 할 것이니 그렇게 바쁘게 서두를 필요가 없다며
다시 바닥에 턱을 괸 채 투명하게 펼쳐진 물속 저편을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했다.
붉은 바위들 주변에 산책을 나가는 청둥이와 꽃지의 뒷모습이 정겨웠다.

나는 목어 옆에 엎드려 끝도 없이 전개되는 물속을 바라보았다.
시화바다 속에 몸을 담그고 있을 땐 세상의 모든 바다가 썩어서
시커멓게 변해버린 것만 같았다.
그러나 바다는 이렇게 싱싱하게 살아있었다.
한없이 투명한 푸른 물 뒤에 또 투명한 바다가 존재하고 또 그 뒤편에
다시 더 투명하게 짙푸른 바다가 한없이 겹겹으로 에워싸고 있다.
그 바다와 바다사이 어딘가에 내가 엎드려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중천에 떠 있는 낮달이 바다 속에 들어와 허연 얼굴로 나와 마주하고 있다.
푸른 물속에 잠겨있는 창백한 얼굴이다.
꿈속에서 우리들의 잠을 들여다보던 그 얼굴빛이다.
시화바다 물속도시에 떨어진 별똥별엔 분명히 누군가 누워있었다.
별똥별을 에워싸고 너울대는 붉은 불꽃 때문에 그것은 더욱 창백하게 보였다.
마치 푸른 물속에 들어온 저 낮달과 같았다.
나는 허연 낮달을 향해 무심코 물었다.

‘도대체 뭐가 있었지? 아니, 누구였지?’

혼자서 중얼거린 내 말에 목어가 무엇인가 대답을 하려고 입을 열려다가 다물었다.
그렇게 한동안 침묵이 흘렀다.
내가 고개를 돌려 목어를 올려다보았다.
그의 큰 눈에 하얀 낮달이 박혀있다.

‘목어 넌..... 분명히... 너는 보았어’

목어는 아무런 말이 없이 그냥 눈을 감아버렸다.
나도 더 이상 묻지 않았다.

물속에 잠긴 낮달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다.
창백한 얼굴이었다.
그 창백한 얼굴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활 모양의 입술이 붉었다.
물속에도 점점 서늘해져가는 가을바람이 들었다.
다시 그렇게 둘 사이의 침묵은 계속되었다.

나는 목어에게 별똥별에 관하여 다시 물어보려다가
저쪽 아래서 청둥이와 꽃지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그만 두었다.
청둥이의 뒤에서 조신한 걸음으로 따라오는 꽃지의 모습이
오전 맑은 햇살을 받아 더욱 예쁘게 보였다.
예전에 그녀의 등깍지에 난 구멍을 막아놓은 빨간 프라스틱 조각이
투명한 물속에서 유난히 더 빨갛게 반짝였다.

목어가 턱밑 지느러미를 일으켜 세우면서 말했다.

‘자! 이제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백아도는 이곳 풍도에서 서쪽으로 바닷길 팔십리다.
지금 썰물 끝을 타고 풍도 바다를 빠져 나가서 들물이 시작되면
그 들물을 타고 서북쪽에 있는 이작도까지 올라갔다가 그곳에서 잠깐 쉬고
다시 썰물에 몸을 맡겨 서남쪽으로 내려가서 백아도 인근에 도착하게 된다.
직선으로 가는 것 보다는 이렇게 해류를 타고 가는 것이 훨씬 수월하게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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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87 / '木魚' 109 - 물속에 든 낮달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1-22 16:17
조회수: 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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