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9.01.15

['木魚' 105 - 썰물을 타다]

‘뭐? 드디어 서해바다로 간다구? 그럼! 그렇지, 가야지!
난 목어아저씨가 이렇게 서해바다로 떠나자 할 줄 이미 알고 있었다구!‘

밤새 코를 핑핑 골며 자던 청둥이가 목어의 출발하자는 소리에
가장 먼저 깨어 일어나 설쳐댔다.
청둥이가 좌우를 살펴보더니 방향을 정하고 몇 걸음 앞서서 출발하려다가
돌뿌리에 발끝이 걸려 넘어졌다.
멀리 물속 끝자락에 새벽빛이 뿌옇게 스며들었다.
목어가 턱밑 지느러미에 힘을 주어 육중한 몸을 띄우면서 청둥이를 불러 세웠다.

‘청둥이가 아직 잠이 덜 깼군.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야!‘

‘엥! 그런가?’

서해바다로 간다는 말에 청둥이는 잠도 덜 깬 채 마음이 먼저 앞섰다.
들뜬 청둥이가 다시 방향을 잡아 앞장을 섰다.
우리를 뒤돌아 보면서 빨리 오라고 발을 동동 굴리며 날개짓을 했다.
목어가 꽃지를 내려다 보며 말했다.

'꽃지는 괜찮겠니? 출발할 수 있겠지!'

'그럼요! 저는  서해 연평바다의 딸 꽃지라구요! 저의 고향인 서해바다를
단 한번이라도 꼭 봐야 해요!'

‘이 썰물이 빠져나가는 마산수로는 물살이 급하다. 꽃지는 내 등위로 올라가 앉거라’

목어가 꼬리지느러미를 힘차게 저었다.
목어의 몸통에서 삐그덕 소리가 요란하게 두어번 나더니
나무 몸이 모두  제자리를 잡았는지 그 뒤로는 가끔 나무와 나무가
가볍게 부비는 소리만 기분 좋게 들렸다.
목어는 몸을 수리한 후 사흘 밤 사흘 낮을 꼼짝도 않으면서
그동안 나무 몸의 상채기가 아물기를 기다려 완전하게 회복한 것이다.

쌀섬에서 출발한 우리들은 터미섬을 돌아 마산수로 입구에 들어섰다.
물살이 우리의 등을 거세게 밀었다. 여기저기에서 급한 물살이 요동치면서
흘러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듯이 요란했다.
거대한 폭풍우를 등지고 있는 것처럼 저절로 몸이 급하게 앞으로 향하다보니
균형을 잡기가 힘들었다. 앞에 가던 청둥이의 몸이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리며
물살에 떠내려갔다.
겁을 잔뜩 먹은 청둥이는 어떻게 속도를 늦추어 보려고 좍 편 왼쪽 날개가
물살을 맞아 몸이 제자리에서 바람개비처럼 빙빙 돌았다.
급한 물살 앞에서 청둥이의 작은 몸은 숨 쉴 틈도 없이 속수무책이었다.
목어가 큰소리로 악을 썼다.

‘저러다가 정신을 잃으면 끝장이다.
청둥아! 날개를 접어 옆구리에 밀착을 시키고 목과 다리를 길게 빼서 몸에 든 힘을 빼!
몸에서 힘을 빼고 발끝으로 방향만 잡으라구!

제자리에서 빙빙 돌던 청둥이가 겨우 몸의 균형을 바로 잡았다.
청둥이의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목어의 등위에 앉아있던 꽃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왼쪽에 길쭉한 어섬이 보였다.

‘이제부터 마산수로다. 물살의 속도가 더 빨라질거야.
몸을 길게 뻗어서 이 물살에 몸을 가볍게 내맡긴다고 생각해라.
이런 정도의 물살을 탈 줄 알아야 서해 큰 바다를 안전하게 건널 수 있다.
몸에서 힘을 빼라구! 힘이 들어간 몸으론 이 강한 물살을 이겨낼 수 없어!‘

우리는 화살처럼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청둥이와 나는 요란하게 흘러가는 물살을 타는 것에 금방 익숙해졌다.
벌써 청둥이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는지 속도를 늦추어 내 옆에 다가와서 농담을 했다.

‘괙괙괙! 이런 멋진 헤엄은 난생 처음이야.
이 인간아! 이게 다 내 덕인줄 알라구!‘

또 뭐라고 이야길 했지만 물살이 흐르는 요란한 소리에
청둥이의 나머지 말은 묻혀버렸다.
뒤에서 목어가 다시 큰소리로 외쳤다.

‘이 물길은 선감도를 끼고 오른쪽으로 활처럼 휘어져 있어서 왼편의 물살이
더 급하게 흐른다. 그래서 왼쪽으로 너무 치우치면 몸이 물살에 튕겨져 나가
갯벌이나 바위에 쳐박히게 된다. 옛날에 이곳을 지나던 배들이 물살에 밀려서
깨져 가라앉는 것을 많이 봤어. 아마 그렇게 가라앉은 배들이 헤아릴 수도 없이
이 수로 밑바닥에 파묻혀 있을거야.  모두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구!
가급이면 수로의 오른쪽으로 바짝 붙어서 물살을 타야 해!‘  

선감도 끝에 부처님 발바닥을 닮은 작은 섬 불도 바다밑이 흐릿하게 보였다.
우리의 몸놀림은 물살을 타는 것에 한결 수월해졌다.

‘오이도에서 대부섬 방아머리까지 이십오리 바닷길을 물막이 방조제로 막아버린 후에
바로 저 앞에 보이는 탄도 앞 수로가 시화바다의 마지막 숨구멍이었지.
지금 저곳 숨구멍을 막는 방조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저 공사가 끝나면 이 마산수로도 막히게 된다.
우리는 마산수로가 막히기 전에 다시 시화바다로 돌아와야 한다!‘

탄도와 화성땅을 연결하여 마산수로를 틀어막는 방조제는
거의 완성이 되어가고 있었다.
우리들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수구만 몇 개 남아있는 셈이었다.

‘저 수구의 물살은 거의 폭포수처럼 급하다. 그러나 더 조심할 것은 수구를 막 빠져나가면
이곳저곳에 물매미가 굉장한 속도로 돌 거야. 물매미 속에 들면 도저히 살아남기 힘들다.
수구를 벗어나자마자 오른쪽 으로 급히 꺾어서 건너편에 있는 누애섬을 보고 단숨에 헤어가야 돼!
꽃지는 바짝 엎드려 내 등을 꼭 붙잡고 놓치지 않아야한다’

청둥이가 자신의 왼발에 찬 노란 발찌와 꽃지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그리고 불도 쪽에 눈길을 주면서 중얼거렸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괙괙괙’

콸콸 쏟아져 내려가는 수구를 향해 우리는 비장한 마음으로 몸을 던졌다.
몇 번이나 몸이 곤두박질을 하면서 밑바닥까지 쳐박혔다가 위로 솟아올랐다.
물살에 의해 몸이 밑바닥에 거꾸로 내동댕이쳐질 때 나의 이마가 무엇인가에 강하게 부딪쳤다.
몸을 위로 솟구치는 사이에 정신을 가다듬어 주변을 둘러보니 몇개의 거대한 물매미 기둥이
회오리바람처럼 돌고 있었다.
우리는 급하게 오른쪽으로 붙어서 건너편에 희뿌옇게 보이는 누애섬을 향해 막무가내로 힘껏 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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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82 / '木魚' 105 - 썰물을 타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1-15 16:23
조회수: 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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