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10.23
['木魚' 91 - 눈의 분노]

목어가 앞으로 나가자 거대한 눈이 붉은 뿌리들에 힘을 내려  모든 뿌리들이 목어를 향해 달려들 자세를 취했다.
목어는 검은 강이 폭포처럼 떨어지는 곳을 지나 거대한 눈이 하얀 속살을 드러내어 만든 광장 위로 들어섰다.
왼쪽의 붉은 뿌리 하나가 긴 몸을 일으키더니 뱀처럼 구불대며 바람처럼 뻗어 왔다.
뿌리 끝이 마치 올무처럼 구부러지면서 목어를 휘감으려고 날아오자 목어가 몸을 낮추어 피했다.
뿌리가 우리들의 머리를 스치듯이 지나갔다. 우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거대한 눈의 아래 쪽 두 갈래 뿌리중 하나가
바닥에 길게 누워 있다가 불끈 솟구치더니 목어의 몸을 휘감으려고 뿌리끝을 둥글게 말아서 덤벼들었다.
목어의 육중하고 둔하기만 하던 몸이 언제 그랬던가 싶게 좌우로 재빠르게 몸을 틀면서
붉은 뿌리의 두 번째 공격을 피했다.
거대한 눈과 목어가 서로 잠시 움직임을 멈춘 채 길게 숨을 내쉬었다.
거대한 눈이 위 아래로 그림자처럼 고요하게 움직이더니 갑자기 날카로운 소리로 외쳤다.

‘아아... 나도 이렇게 하고 싶지 않다. 너희들은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말고 내 앞에서 빨리 떠나라. 끌클크흑
내 심장에서 지글지글 끓는 증오와 분노를 내가 어찌 할 수 없기 전에
너희들은 빨리 여기서 벗어나야 한다. 크흐흐흐악‘

그의 외마디 비명이 물속에 큰 파동을 일으켜 목어의 몸이 잠깐 뒤로 밀렸다.
거대한 눈이 무엇인가를 뿌리치듯 좌우로 세차게 흔들더니 눈을 깊이 한번 감았다가 다시 떴다.
흰자위가 붉게 충혈되었다. 그리고 눈꼬리 끝에 말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눈 주변의 어둠이 부르르 떨리더니 알아들을 수 없는 괴성을 질렀다.

오른쪽 한켠에 말려 있던 뿌리가 휘리릭 펴지며 빠른 속도로 우리를 향해 뻗어 날아왔다.
하얀 사람이 삼지창을 곧추 세워서 덤벼드는 뿌리에 겨누며 외쳤다.

‘안돼! 우린 이런 따위의 싸움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거대한 눈!
네가 이런 식으로 우리를 맞이한다면 우리도 죽기 살기로 싸울 수 밖에 없다!’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뿌리가 뚝 멈추어 섰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 잔뜩 움츠려서 우리를 노려 보았다.
목어가 자세를 바로 잡으며 말했다.

‘무기를 절대 사용하지 마라! 그렇게 해서 될 일이 아니다.
저 거대한 눈은 살아있는 것들에게 원한이 가득 차 있다. 나에게 맡겨 두어라.
모두 허리를 바짝 숙이고 나의 등을 꼭 잡아라‘

물속에 웅얼웅얼 메아리치듯이 가득 울리면서 거대한 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내 원한을 알 수 있다고?  끌끌끌 내 원한을 누가 알 수 있으랴.
내 심장에서 항상 부글부글 끓고 있는 이 원한을 너희들이 알 수 있을까.
봐라! 내 이 흉칙한 내 모습을! 이게 모두 살아있는 너희들이 만들어 놓은 거야’

목어의 유영속도가 한결 빨라졌다. 아직도 우리는 별똥별 근처엔 접근 할 수가 없었다.
모든 뿌리들의 중심인 듯한 가운데 박혀있는 두 갈래 뿌리가 여전히 별똥별을 둥글게 감싸며 지키고 있었다.

꽃지는 멀미를 하는지 자세를 낮추고 헛구역질을 참느라 고운 등깍지가 창백하게 변했다.
하얗게 질린 청둥이가 날개는 반쯤 풀어진 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주둥이를 목어의 등에 꽉 붙이며 부들부들 떨었다.

‘으으 괙괙 저 뻘건 뿌리들이 동시에 우리를 덮치면 우린 꼼짝없이 당 할 수밖에 없겠어.
오늘 이곳이 청둥이의 무덤이 되는 구나 괙괙’

‘염려마라 저 많은 뿌리들이 한꺼번에 덮치진 못한다 그러다간 저 뿌리들끼리 서로 엉켜서 오히려 자멸하게 된다.
한두 개씩 덤벼들 것이다. 이걸 잘 피하다보면 별똥별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이다’

단호하게 말하는 목어의 몸에 탱탱한 긴장감이 흘렀다.
목어가 꼬리 지느러미를 세차게 튕겨서 앞으로 향하는 척 하다가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대각선으로 위를 향해 치솟았다.
거대한 눈이 기다렸다는 듯이 왼쪽의 가장 굵은 뿌리에 힘을 주면서 홱 나꾸어 채듯이 뿌리 끝을 날려 위에서 아래로 덮쳐 왔다.
목어가  몸을 밑으로 급하게 낮추어 오른쪽으로 몸을 꺾어서 피하며 바닥으로 내려갔다.
붉은 뿌리가 우리들의 왼쪽으로 스쳐지나가 바닥을 세차게 때렸다.
폭탄이 터진 듯한 소리로 물속에 진동하는 압력 때문에 목어의 육중한 몸이 기우뚱 하면서 잠시 중심을 잃고
내 양쪽 귀의 고막이 찢어지는 듯 했다. 뿌리가 내려친 뽀얀 속살이 쑥 내려앉으며 꿈틀거렸다.
그러나 금방 다시 부풀어 올라와 평평하게 복구가 되었다. 우리는 아직도 별똥별의 근처엔 엄두를 내지 못했다.
거대한 눈은 별똥별에 접근하려는 우리를 완강하게 거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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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36 / '木魚' 91 - 눈의 분노
이름: damibox


등록일: 2008-10-23 16:32
조회수: 2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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