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3 cm /종이에 수채물감/07.07.02
합수 - 2

평생동안 형의 한쪽 어깨에 메고 다녔던 그 가방을
강가 마른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형은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피안의 땅을 향해
그냥 강위를 걸어 갔다

형이 떠난 자리 강가 풀섶에
그가 벗어놓은 허름한 운동화가
그의 하얀 앞니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유신독재 시절에 광주와 감방을 드나들고
오월광주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미국망명 길에 오를 때도 형에게는
오직 이 가방과 운동화 한컬레 뿐이었다

미국 전역을 돌고 유럽과 호주로 떠돌며 조국의 민주화 운동조직을 만들어 갈 때도
항상 이 똥가방과 허름한 운동화 한컬레였다.

십수년의 망명 생활을 마치고 93년 김포공항에 귀국할 때도
이 운동화와 가방 하나가 전부였다

오랜만에 하얀옷을 곱게 차려입은 형이
살아남은 우리들에게 가방 하나와 운동화 한컬레만 남겨두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성큼성큼 걸어서 강을 건넜다.
  -목록보기  
제목: [Day by Day]-13 / 합수 - 2
이름: damibox


등록일: 2007-07-02 13:27
조회수: 2771


day_070702_1.jpg (97.1 KB)
Copyright 1999-2019 Zeroboard / skin by DQ'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