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7.14
[커 피]
보스턴 발 비행기가 도착했다
나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커피를 볶아서 갈고
물을 정수해서 정확하게 섭씨 98도로 끓여
커피를 내린다
나는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기계를
그가 내 집에 도착하기 전에 만들어야 한다
'바리'가 하얀 저고리와 치마를 벗어서 가지런히 펴 놓고
커피색깔 검은 물에 누웠다
그녀는 저 검은 물속에서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잠들어버렸을까
나는 그녀가 숨겨놓은 보자기를 찾아서 아무도 몰래 풀었다
빨간 장미꽃 머리핀과
닳아진 칫솔 한 자루와
깨알 같은 글씨가 가득한 메모 몇 장과
핑크빛 루즈와
그리고 날이 무딘 작은 칼 한 자루가 전부였다
입국장을 나오는 그가 끌고 오는 캐리어 가방 속에
커피가 가득 들어 있다
이디오피아 환타지, 에니버서리 브랜드, 코나 리저브,
수마트라, 아라비안 모카, 리버 구라 피베리, 아비씨니아 - all Peet's Coffee,
과테말라 안티구아, 케냐 에이, 콜롬비아 메델린, 브라질 이과수,
인도네시아 아체 만델링, 예맨 바니 모카, 져먼 야콥스
'바리'가 벗어놓은 하얀 치마저고리 뒤쪽에
분홍색 이브닝드레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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