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몸 - 1/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26

[ 몸 - 1 ]

화려한 꽃일수록 날선 칼을 품고 있다

우리는 흑대살을 빠져나와
붉은 꽃이 한도 끝도 없이 피어있는 낮은 언덕 위를
바람처럼 지나고 있다

‘바리’ 의 얼굴표정은 어느 때 보다도 훨씬 단호해 보였다

‘나는 지금 내 몸 속으로 들어가는
마지막 문 자대살에 들어왔다
사랑과 미움이 서로 섞여 마음속이 시끄러워지지 않으려면
슬픔은 슬픔대로 두고
기쁨은 기쁨대로 두어라
저 꽃들 위에 놓인 도끼와 칼과 톱과 갈고리와 작은 돌칼을
잘 챙겨라‘

나는 갈고리와 톱과 작은 돌칼을 들었다
그는 도끼와 칼을 들었다

이 붉은 꽃이 ‘바리’의 병든 부모를 소생 시키는
신비한 생명수일 것이라고 나는 확실하게 믿었다
물론 ‘바리’가 이곳 저승을 떠나 이승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죽은 부모를 싣고 가는 상여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녀는 조금도 망설임 없이 상여를 멈추게 하고
관을 열어 이 붉은 꽃을 부모의 가슴위에 얹어 놓으면
부모의 뼈와 살과 피와 숨이 되살아나게 된다

그러나 ‘바리’는 이 신비한 꽃에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을 죽이는 도구쯤이나 되는 도끼와 칼을 선택한 것이다

내가 알 바는 아니지만
상황자체가 어디선가 황당하게 어그러진 것 같았다

내가 의아해 하고 있는 생각을 그에게 눈짓으로 이야기 했다
그는 내 생각을 알았는지 몰랐는지 그의 손에 든 도끼날을
엄지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보면서 말했다

‘날이 많이 무디어졌다
숫돌을 구해서 날을 세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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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40 [ 몸 - 1 ]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25 14:48
조회수: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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