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몸 - 2/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27

[ 몸 - 2 ]

‘자대살을 빠져나가는 문이 손가락보다 더 좁아서
이렇게 하지 않으면 도저히 지나갈 수가 없다
내가 하는 것을 잘 보아두었다가
너희도 꼭 그대로 따라해야 한다‘

‘바리’는 도끼를 들어 자기 몸을 내리쳤다
팔과 다리가 잘려나갔다
그리고 칼로 자신의 배를 그어서 오장육부를 모두 끄집어내어
차례차례 갈고리에 걸었다
각 부위엔 혹시라도 뒤섞일 우려 때문에
이런저런 부가설명과 함께 번호를 붙였다

어떤 부위는 작은 돌칼로 피부를 벗기고
자신의 살덩이가 다른 이들과는 몇 가지 차이가 있다는 점을
표시해 두었다

칼을 든 ‘바리’의 손 움직임은 얼마나 날렵하고 재빠른지
바로 옆에서 구경하던 나는 절로 감탄 했다

그녀의 칼은 정확하게 뼈와 살 사이, 살과 살 사이를
번개처럼 지나갔다
한 방울의 피도 흘리지 않게
뼈는 뼈끼리
살은 살끼리
힘줄은 힘줄끼리
핏줄은 핏줄끼리
그녀의 몸은 순식간에 해체되어
천정에서 내려온 갈고리에 차례차례 내걸렸다

갈고리는 자동모터에 체인으로 연결되어
자대살을 빠져나가는 좁은 구멍으로 이동되는 것이라고
방금 전에 ‘바리’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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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41 [ 몸 - 2 ]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27 15:59
조회수: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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