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2010.7.15
[천안함 웰빙 냉면국수 - 4]

나는 어릴 때 유신교육을 받은 탓인지
일주일에 한 끼는 분식을 먹어야 한다.
라면이든 팥죽이든 국수든 빵이든...
일주일에 한 끼 분식 먹는 것을 위반하면
이미 흙밥이 되었을 박정희 귀신이
꿈속까지 쫓아와 내 목을 조를 것 같다.

비도 내리지 않는 장마에
후텁한 날씨를 이기려고
오늘은 냉면국수를 불러
먼저 두손으로 냉면대접을 받들고
시원한 국물을 몇 모금 들이켰다.

으흐흐 시원하다.
약간 짭쪼름하고 건건한 것이
그리고 희뿌연 국물이
엥! 영축 없이 황해 서해 바닷물 같다.
고럼! 온갖 물고기가 목욕하고, 서울사람들 똥물 오줌물 모두 흘러와 고이고,
중국 사람들 온갖 거시기가 흘러들어와 이리저리 뒤섞인 서해바닷물도 꼭 이런 맛일 게다.
얼음조각만 동동 띄워 놓으면.

가늘고 졸깃한 냉면발 사이에
얇게 응! 딱 1mm 두께로 썰은 양지머리 고기 서너쪽이
뒤섞여 있는데
어째.... 이 고기 쪼각이 꼭 죽은 사람 같아 보인다.
사람 시체 말이여!
거무퉤퉤한 미이라 말이여!

그런데 이것들이 모두 무공훈장을 목에 걸고 있네.
냉면 사발 안에서 뭔 무공을 세웠다고 훈장서훈일까.
어뢰 추진체는 녹이 탱탱.
훈장은 금빛이 번쩍.

글쎄다.
나는 그들이 아직도 뭔 무공을 세웠는지
무공을 으띃게 세웠는지
무공엔 당근 날밤이 새도록 무용담이 뒤따를 터
그러나 나는 아직도 단 반마디의 무용담조차 듣지 못했다.

나는 왜 이럴까.
국수 따위만 먹으면 꼭 천안함이 생각나는 걸까.
국수와 천안함이 무슨 관계가 있길래
면발을 후루룩 입안에 집어넣을 때 마다
천안함이, 100 미터 보다 훨씬 긴 초계함 천안함이
내 국수 대접안으로 따라 들어와 가라앉으려고 할까.
엥이! 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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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안함 웰빙 냉면국수 - 4
이름: damibox


등록일: 2010-07-15 17:34
조회수: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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