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소리 - 1/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20

[소리 - 1]

저들도 어미의 자궁에서 태어날 땐
목청껏 소리를 내어 울었고
목숨이 다한 날에는 남들이 대신 울음소리를 내었다

‘태어나고 죽는 것이 모두 소리다’

그녀가 머리를 끄덕였다

저 많은 주검들의 얼굴을 꺼멓게 지운다고 해서
저들 인생이 만들어 놓았던 소리가
가뭇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저들 모두 내 살 속에
잠시나마 머물지 않았던 이가 없으니
내 고단한 몸이 저들의 소리로 가득 하구나‘

저들 중에 한 사람이 중얼거렸다

‘내 이름은 이와모토 타츠오.... 아니, 청주 사람 김효삼이다
나를 고향 어머니의 땅으로 데려가 주오‘

그 길은 멀고도 험하다
우선 너를 부여잡고 있는 산 사람들의 손을 뿌리치고
나를 따르라
침묵 할수록 산 사람의 손이 너의 발목을 강하게 잡는다

소리를 질러라
너의 죽음이 억울하더냐
그러면 더욱 크게 소리를 질러라
그 소리가 쌓이고 쌓이면
태산도 너의 길을 막지 못한다

60년 동안 닫쳐진 너의 입이 그리도 소리 내기가 어렵더냐
너의 가슴을 보듬고
너의 어깨를 어루만지고
너의 턱을 문지르고
너의 목을 다듬고
서로 체온을 나누며 어르다보면
잃어버린 소리를 되찾는다

사람의 목숨보다 더 중한 무엇이 있다는 말은 모두 거짓이다
그 거짓이 너의 억울한 죽음을 침묵하게 만들었구나

세상의 어떤 것보다도 사람의 목숨이 더 중한 것이라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 수백만 수천만의 목숨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너의 한 목숨인 것을 깨달았다면
소리는 절로 나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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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34 [소리 - 1]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20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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