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소리 괴물/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21

[소리 괴물]

소리는 끊임없이 우리의 귀를 헤집었다
소리의 끝은 날카로운 갈고리로 변해
나의 귀를 꿰어 강한 힘으로 잡아 당겼다

결국 우리는 산보다 더 큰 괴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저 괴물을 ‘세상의 모든 소리들이
서로 뒤엉켜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했다
악마인가?

‘악마? 선마(善魔)일세
선(善)이 만든 악마 말일세‘

나의 손을 꽉 쥐고 있던 그가 뒷걸음질 치면서
괴물에게 꾸짖었다

‘왜 죽은 자들의 소리까지 모두 긁어모아
사람 닮은 기이한 형상을 만들어내는가‘

그래 내 몸 속에는 낮과 밤으로
모든 소리가 들끓고 있으니
나는 내 몸조차도 주체 할 수가 없다

괴물의 붉은 눈에서 탁한 눈물이 쏟아졌다

어디선가 공습경보를 알리는 싸이렌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괴물의 몸을 뚫고 수없는 소리들이 빠져나오고 있었다

모두 가거라
살아있다는 증거는 오직 욕망뿐이다
내 몸을 떠나는 소리 너희가 갖고 있는
욕망을 한 껍질씩 벗기다보면
종국에는 아무것도 없는 편안한 상태가 될 것이다
그래, 욕망은 껍데기라는 말이냐
이 껍데기를 위해서 목숨 바쳐 살아왔다는 것이냐
욕망이 사라지면 고통스러운 내 몸도, 너희들의 몸도 사라진다

‘바리’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불쌍하구나
소리를 소리로써 토해버리지 못하고 가슴에 남아버린 소리들은
서로 켜켜이 쌓여 엉키고 응고되어 가여운 영혼을 만든다
저 괴물의 몸속에 흑대살, 소리와 욕망의 벽을 빠져나가는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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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35 [소리 괴물]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21 12:09
조회수: 1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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