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7.10
['木魚' 36 - 총 쏘다]

한번 시작한 청둥이의 노래는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었다.
마치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이 나오듯이 한도 끝도 없는 노래가
청둥이의 몸 이곳저곳에서 새어 나왔다.
윤기나는 검은 날개깃도 노래 소리를 내고
흔적만 남은 오른쪽 날개의 아문 상처도 노래를 부르고
목덜미 하얀 줄에서도 소리가 나오고
주황색 단단한 물갈퀴가 노래를 부르고
좌우로 흔드는 짧은 꼬리가  노래 소리를 냈다.

물속을 무심하게 유영하던 木魚가 곁눈질로 나를 보며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살아있는 것들에겐 기쁜날 보다도 슬픈날이 더 많아.
그리고 기쁨보다는 슬픔을 더 오랫동안 기억하지.
날마다 하늘에 태양을 밀어 올려 아침 노을을 만드는 것도 바로 이 슬픔의 힘일꺼야.

초가을이었어.
어느 때 부턴가 사람들은 먹고 살기위해서 보다는 좀 더 자극적인 쾌감을 위해 총질을 해대지.
눈부신 가을 햇빛에 번쩍이는 금딱지가 붙은 총을 든 사람이 바닷쪽을 향해 총구를 겨누며 말했어.

‘흐흐흐 총구에서 빠져나간 총알이 목표물의 살갗을 뚦고 뼈를 가르는 순간, 방아쇠에 걸린 검지손가락을 통해서
그 느낌이 온 몸에 촉촉하게 전달 된다구! 그 때마다 전기에 데이는 것처럼 온 몸이 지르르 지르르 떨린단 말씀이야!
흐흐흐... 바로 그 맛에 홀려서 방아쇠를 당긴다구!‘

그 때 청둥이 아빠는 갈대숲에서 청둥이에게 멋진 자맥질 솜씨를 보여주느라 여념이 없었고
엄마는 갈대숲 너머 조금 떨어진 물가에서 새끼들을 데리고 헤엄을 가르치고 있었지.

잠시 쉬러 뭍에 올라온 청둥이의 모습이 총의 조준경 속으로 정확하게 빨려 들어온 순간에
아빠는 위험을 직감하고 급하게 몸을 던져 아들 앞을 막아섰지만, 여지없이 총구가 불을 뿜었어.
총알은 아빠의 보드라운 가슴 솜털을 제치고 튼실한 근육을 지나 연한 가슴뼈를 관통하여 반대편 깃털을 뚦고
옆에 넘어진 청둥이의 오른쪽 날개 상뼈를 부러뜨리고 나서도, 남아있는 힘으로 땅 속에 한 뼘도 넘게 깊숙이 박혔어.

아빠는 땅바닥에 쓰러져 죽어가면서도 마지막 온 힘을 다해 청둥이를 갈대숲 물속으로 밀어 넣었지.
그리고 그의 어린 아들이 들어간 갈대숲 쪽으로 머리를 돌리고 숨을 짧게 두 번 깔딱이고 나서 죽었어.

그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가 모래를 적시고 갈대의 뿌리를 휘돌아 따개비가 붙어있는 돌멩이를 스쳐 지나,
갯지렁이가 지나간 좁은 길에 고여서 천천히 흘러가다가 칠게 구멍을 돌아서 바닷물에 닿았어.
청둥이 아빠의 검붉은 피가 그렇게 바닷물에 닿았어.

청둥이는 그 이후 오른쪽 날개가 없이 지금까지 이곳 물속에서 살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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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32 / '木魚' 36 - 총 쏘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8-07-22 16:09
조회수: 2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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