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7.14
['木魚' 38 - 해가 지다]

해가 물속으로 들어왔다.
물속에 들어온 태양은 물보다 더 투명하게 붉다.
물속 끝까지 곤두박질을 하듯이 급하게 내려가던 태양이 검은 바닥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잠시 숨을 고르듯이 멈추어 서서 우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한 낮 동안 이글거리며 하늘을 돌았던 해가 물속에 들어서는
자신의 모든 격한 감정을 해체하고 본디의 붉은 기운으로
수백 수천의 투명한 붉은 날개를 만들어 조용하게 춤을 추었다.

물속 세상 모든 것이 붉다.
인간들이 쓸모가 끝나서 흘려보낸 욕망의 썩은 먼지들이 바닥에 켜켜이 쌓여 만든 검은 흙도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지금 이 순간엔 썩어 문드러진 바닥의 저 검은 흙들도 투명한 붉은 기운으로 생명을 머금었다.
거대한 해가 제자리에서 조금씩 꿈틀거리며 오늘 하루의 마지막 남은 붉은 기운을 털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태양의 황홀한 모습에 넋을 잃었다.

세상이 일순간에 정지 되었다.
청둥이도 木魚도 나의 온 몸도 모두 붉게 변했다.
해가 만들어낸 투명한 붉은 날개들이 물속 온 천지 가득 너울너울 대며 춤을 추었다.

‘바로 이 순간이 세상에서 가장 완전한 형태의 시간이야
세상의 기운이 가장 충만해 있는 짧은 시간이지
그래, 이때는 비틀어진 것도 바로 서고
거꾸로 매달렸던 마음도 바른 자리를 찾는 순간이지
발뿌리에 채이는 작은 돌멩이도, 길가에 말라 시들어진 가녀린 풀잎도
이 시간엔 새로운 생명의 기운을 모시게 된다.
부산하게 흐르는 물도 잠시 걸음을 멈추고
나뭇가지 끝을 흔드는 잔바람도 조용하게 제자리를 지킨다
우리들이 들을 수 있거나 들을 수 없거나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소리들도
이 시간만큼은 잠시 숨을 죽이거든
바로 이 순간이.....음... 이 순간이야...‘

木魚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우리를 바라보던 태양이 한두번 더 멈칫거리더니
검은 바닥 속으로 천천히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붉은 빛의 투명한 날개들도 하나 둘씩 해를 따라 검은 바닥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온통 붉게 물들었던 물속은
급속하게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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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Day by Day]-134 / '木魚' 38 - 해가 지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8-07-25 13:14
조회수: 2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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