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흙 - 1/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14

[흙 - 1]

저 집, 지하엔 책상과 의자와 욕조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하 방바닥에서 정확하게 1.2 m 아래 땅 속에
‘바리’가 찾던 '알'이 숨겨져 있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면
그 들 세 명이 나에게 흙물을 강제로 먹이면서
'바리'와의 관계를 캐물었다
사카린을 넣은 흙물은 역한 곰팡이 냄새와 함께
너무 달아서 편두통을 가져왔다

나는 '바리'와 함께 했던 모든 일을 빠짐없이 말했다
그러나 내가 말을 하면 할수록
그녀는 점점 더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이 되었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면
절대 다시 되돌아 올 수 없는 방이 있다
그날 청와대 녹색 지붕은 더욱 독기를 내뿜었다

'바리'는 지금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까

지하, 내려가고 또 내려가서 더 깊은 곳에 숨겨져 있는
'알'을 찾아 반드시 깨부수지 않으면
우리는 죽을 수도 있었다

효자동 입구에서 청와대 정문 쪽으로 가는 길에
오늘도 그는 리어커를 세워놓고
악세사리 장사를 하고 있다
리어커 밑에 지하로 통하는 길이 있다
'바리'는 저 촌스런 악세사리에 관심을 보일 것이다

계단을 내려가고 또 내려가면
나는 집으로 결코 돌아가지 못한다

지하는 365일이 모두 밤이다
그녀는 어디쯤에서 헤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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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29 [흙 - 1]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14 16:09
조회수: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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