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땅/ 45 x 30 cm/ 종이에 먹과 수채/ 2012.8.16

[ 땅 ]

아무리 예쁘거나 복잡하게 생긴 것이라도
결국 흙으로 만들어졌을 뿐이다

사람의 몸이 흙으로 만들어 졌듯이
사람의 이름도 흙으로 만들어 졌다

그래서 나는 '바리'가 그의 이름을
큰소리로 부르지 않는 이유를 이해한다

이 혼돈을 길거리의 저 수많은 신호등으로는 절대 제어하지 못한다

그가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의자에 결박당해 있거나
숨진 채 욕조에  누워 있거나
빌딩은 항상 무표정 했다

빌딩의 어느 창에서 새로운 목표가  만들어졌다
또 다른 창에서 방향이 설정 되었다
건너편 빌딩의 어느 창에서 전략이 수립되었다
그리고 다른 창에서 전술이 기획 되었다
빌딩은 날마다 새로운 음모를 만들었다

빌딩 맨 꼭대기, 불 꺼진 창문에서
사람 그림자 하나가 서성대고 있다

흙으로 만들어진 이름이 혹시나 바스라져 버릴까 두려워서
그녀조차도 큰소리로 부르지 못하는 이름, 그이 일까

내 눈에 걸쳐진 안경을 2cm 쯤 앞으로 잡아당겨
창문에 비치는 그림자를 빤히 올려다보았다
가끔 내 안경은 이렇게 망원경 구실도 한다

김평원 그 사람, 그는 김평원이다

김평원 그 사람도 땅 속에 숨겨진 '알'을 찾으러
이곳까지 온 것일까
그의 등장은 상황을 훨씬 복잡하게 만들었다

핸드폰에 '바리'가 보낸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보았어?언어는존재를
만들게된다는증거를
너는지금바라보고있지?'

그렇다
23년 전, 나는 ‘김평원’이라는 이름을 저 땅 속 지하실에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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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리 - 31 [ 땅 ]
이름: damibox


등록일: 2012-08-16 12:59
조회수: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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