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 2011년 총회에 모이신 여러분!

합수 윤한봉 선생이 돌아가신지 벌써 4년이 되었고,
우리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이의 유지를 받들어 사단법인 기념사업회를 만들어서
벌써 3 번째 정기총회를 마련했습니다.
저도 역시 그이의 기념사업회의 이사장이라는 막중한 일을 맡은지 벌써 3년째 되었습니다.
이 세월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햇수와 거의 비슷합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입니다.

저는 2주일 전에 기념사업회 사무국장님으로부터 총회 공지를 받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과연 우리는 윤한봉 선생의 유지를 얼마나 잘 받들어 일을 해 왔는지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니, 3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동안 우리가 그이의 기념사업의 일환으로 해 왔던 일이
혹여, 그이가 생전에 해 오신 수많은 일들에 누를 끼치지나 않았는지도 걱정이 되었습니다.

저는 지난 2주일 동안에
고 윤한봉 선생의 고단했던 일생이 우리 역사와 현실 삶과 어떤 관계를 갖고 있는 것인지
새롭게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이 만들었던 ‘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의 3번째 총회인 오늘까지
우리가 그동안 했던 기념사업의 다양한 일들이 과연 우리들 주변의 시민사회와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인지도 다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지금 우리는 거대 자본과 미디어와 권력이 한 몸둥아리가 되어 지난 파시즘보다
더 세련되고 정교한 악행을 저지르고 있는 현실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하나의 국가나 민족에만 국한 되는 상황이 아닙니다.
자본과 미디어와 권력은 이미 국경과 대양을 넘어 서로 넘나들며 세계를 하나의 중추신경으로 연결하였습니다.
그래서 부와 권력으로 무장한 새로운 신흥계급과 그 반대 축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긴 채 부유하는
새로운 민중계급으로 나뉘었고 그 빈부의 격차는 이제 우리들 힘으로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더 깊고도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절망적인 상황은 이제 철저하게 방치된 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아래서 선거의 정치적 투표행위가, 잘 제도화된 지방자치제도
아무런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분명해 졌습니다.
부와 권력과 미디어로 무장한 신흥계급들은 그들의 권력과 시장을 무한 확장하기 위해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파편화된 개인과 개인의 틈새가 넓을수록
그들의 권력과 시장은 그만큼 넓어집니다.
이제 고전적인 의미의 민족 공동체, 국가 공동체도 그들에 의해 여지없이 파괴 되었습니다.
단지 그들의 부와 권력의 기반을 강고하게 하기위해 ‘국가와 민족’은 가끔씩 호명될 뿐입니다.
도시 공동체도 무참하게 파괴 되었습니다.
마을 공동체도 궤멸되었습니다.
직장 공동체, 가족 공동체도 철저하게 파멸되고 있습니다.
심지어 우리들 시민사회의 활동가 공동체마저도 궤멸된지 오래되었습니다.

합수 윤한봉 선생이 살아생전 해 왔던 일이 무엇이었습니까.
광주5월항쟁 이전에는 시민사회 활동가 공동체를 만들고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아울러 가족공동체와 광주라는 도시공동체를 발전시키고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그이가 미국으로 망명가서는 광주오월 정신을 가슴에 새기면서
민족 공동체를 지키는 일을 했습니다.
또한 제 3세계 형제들과 넘나들면서 새로운 세계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이가 죽을 때 까지 평생을 가슴에 지녔던 ‘광주오월 정신’이란 과연 무엇입니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에 관해서는 이미 저와 여러분은 당연히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광주오월’이 극악한 학살에서 살아남아 역사적으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광주’라는 도시 공동체가 살아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광주공동체를 지키기 위해서 광주 시민들은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광주오월 이후에 전국의 각 지역은 광주공동체를 본받아서 자기 나름의 지역공동체를 지키는 일에 매진했으며
그 결과 1987년 6월 시민항쟁을 일정부분 승리로 일구었습니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4대강 사업이  우리들 가슴에 가져다 줄 가장 큰 상처는 환경과 생태의 문제를 떠나서
한반도 국토가 원래 갖고 있는 공동체의 마지막 보루를 무너뜨리는 것입니다.
우리들이 지켜야 할 자연과 인간의 관계, 인간과 인간의 관계 그 공동체의 숨통을 끊어 우리의 마지막 거처인
국토와 고향으로부터 우리들 사람을 정신적 육체적으로 완전하게 분리 시키는 추악한 학살의 잔치입니다.
4대강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마지막 자존과 생존을 지켜주어야 할 공동체 정신이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즉 다종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내고 지키는 일이 바로 광주정신이며
곧, 합수 윤한봉선생의 유지라는 것에 관하여 저와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은 너무 잘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이의 이런 유지는 거부할 수 없는 것이기에 우리는 그이의 기념사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총회에 모이신 이사님들과 운영위원회 여러분과 회원 여러분들에게 감히 제안하고자 합니다.

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는 먼저 광주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공동체를 새롭게 복원하기 위해서
이 엄중한 현실에 맞춤한 빛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합니다.
그 대안은 시민사회의 권력 다툼이 아니라 우리 기념사업회가 먼저 겸양의 미덕을 발휘해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리고 갈기갈기 찢어진 가족공동체, 마을공동체, 도시공동체를 새롭게 다시 복구하기 위한 사업들을 내놓아야 합니다.
이 사업들은 봉사와 희생이 수반되는 창조적인 고통으로 이루어지는 기획이 되어야 합니다.

합수 윤한봉 기념사업회가 최소한 이런 정도의 내용과 목표를 담은 사업을 할 수 있어야
그이가 생전에 해 왔던 수많은 일들에 누를 끼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최근 기념사업회의 현안으로 등장한 기념회관 건립도 이러한 목적에 걸맞는 내용과 방향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이럴 때 일수록 우리는 자주 만나서 서로 상반되는 주장을 경청하는 책임 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먼저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 겸허한 마음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들 서로가 먼저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없이 그이가 살아생전에 해 왔던 일들을
살아남은 우리가 완전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오늘 총회에 참석하신 여러분!
오늘날 이 각다분한 현실을 극복하고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합수 윤한봉 선생의 정신은 더욱 귀중한 우리의 자산입니다.
윤한봉 선생이 우리에게 남긴 자산은 바로 광주오월항쟁의 정신이며,
광주오월은 우리들에게 최우선적 과제로 주변의 작고 큰 공동체들을
다시 새롭게 복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소원하고 있습니다.(2011년 합수윤한봉 기념사업회 3차 총회)


  -목록보기  
제목: 오늘, 합수 윤한봉은 누구인가 / 홍성담
이름: damibox


등록일: 2011-05-20 15:42
조회수: 1187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DQ'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