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1989년 IMF 구제금융시기, 그까짓 돈 때문에 '자살'과 '타살'이 서로
경쟁하듯 사람의 목숨을 희롱할 때 였다.

가난 때문에 애비가 아들의 손가락을 짜른 이 사건은 당시 IMF 시기의 가장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생활이 어려웠다. 배고픔을 견디다 못하고 아내가 집을 나갔다.
아들은 벌써 밥을 사흘째 굶었다.
아들은 주변 아이들에게 가난하다는 이유로 이지메을 당하기 일쑤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손가락을 자르기로 했다. 상해보험금 1천만원이 필요했다.
밥을 배불리 먹고 다른 아이들 처럼 고운 옷도 입을 수 있다면 손가락 하나 쯤은 잘라도 괜찮다고
아들은 아버지에게 동의했다.
아버지는 아들의 입에 수건을 물리고 가위를 집어들었다.
아~아~, 아들은 눈을 질끈 감았다.
예리한 가위를 잡은 애비의 손에
아들 새끼 손가락의 연한 뼈가  오드득 바스라져 잘려 나가는 느낌이 전달되었다.
'썰커덕' 짤려 나간 아들의 새끼 손가락이 방바닥에 떨어져 파드득 떨며 피를 뿜었다.

그러나 아들의 손가락은 잘렸지만 보험금은 탈 수 없었다.
일부러 자른 사실이 드러나 아버지는 구속됐다.
1998년 9월의 일이었다.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비정의 애비가 언론에 연일 대서득필하고 있을 바로 그 즈음에 나는 이러저러한 이유땜에 이천만원 정도의 돈이 급하게 필요했다.

나도 역시 이미 2,3년 전 부터 빚으로 생활을 하던 터라서 당장 급하게 저런 큰돈을 구할 수 없는 처지였다. 내 주변 사람들도 IMF의 가파른 고갯길을 숨가쁘게 할딱이며 넘고 있었다

당시 나는 그 '비정의 애비'가 경찰에 체포되어 끌려가는 신문사진을 보면서 혼잣말처럼 중얼 거렸다.

"젠장할!  지금 나에게 긴급하게 필요한돈 이천만원을 내 오른팔 하나를 떼어 주거나, 그것도 부족하다면 왼쪽 눈알을 뽑아 주어서 해결될 수 있다면, 좋다!
그렇게 할 수 있겠다. 그까짓 팔 하나, 눈 한알보다는 우선 이천만원이 더 급하다"

아마 그 당시,
나의 오른팔 한개와 왼쪽 눈알 하나를 뽑아 이천만원에 팔 수만 있었더라면,
아니, 단 천만원에라도 팔 수만 있었더라면,
지금 난 왼팔 한개와 오른쪽 눈알 하나만으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가 사는 이 땅은
피바람을 부르는 혁명적 상황이 없이는 결코 좋은 세상이 도래하지 않을 것이다.

눈 질끈감고 싸가지 읎는 목아지 이십만개만 썩뚝 짤라버린다면
그나마 울 나라는 쪼금 살만한 세상이 될 것이다.
물론  짤려진 이십만개의 목아지로 넘쳐나는 저 썩은 시체더미 속에
나의 목도 굴러다니겠지만.....      [03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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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들의 새끼 손가락
이름: damibox


등록일: 2006-10-17 14:09
조회수: 1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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