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전망

생각해 보면 바로 얼마전이었던것 같다.

내 동료들과 후배들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래서 함께 모여 기뻐하며 축복하고...

이젠 아무리 생각해도 내 나이에 관해서는 좋지않는 일만 있을 것이다.
병들고, 실패하고, 부보님이 상을 당하고, 혹은 당사자가 급히 이승을 떠나기도 하거나...

오전 안개가 슬며시 배어있는 구산 벌판을 보면서
오늘 혹은 내일쯤에 통보될 나쁜 소식을 상상해 본다.

나에게 마지막 남은 기쁜일이란 한 가여운 생명이 이 궂은 세상에 태어나
누추한 나를 향해 살갑게 부르는 일이다.
'할아버지!'

그러나, 나는 근본적으로 인간의 미래에 대해서 절망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에 대해서 그저 말대접으로 경이와 축복을 보내겠지만
나의 내심은 그들의 공허한 미래를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오전 안개가 햇빛에 녹아 잦아들고 있다.

오두막이나 혹은 텅빈 아파트에서 죽은지 한달도 넘어 발견된 시체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이 될 것이라는 각오없이
공허와 절망의 미래를 만들어 내는 이 '현실'을 즐겁게 살아갈 권리가 없다.

혹자는 나에게 '전망'도 없는 놈이라고 질책하겠지만
천만에!
미래의 허무와 좌절과 절망이 '전망'으로 떠오를 뿐이다.

또 혹자는 역사의 발전 운운하며 '낙관'이 있니 없니 지랄하겠지만
천만에!
나도 너도 우리 모든 인류가 지금까지 하는 짓이 '비관'적인 짓만 저질러 왔고,
그 알량한 과학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과거에 저지른 짓거리를 통해서 미래를 예감하는 것이라면
세상은 처절한 '비관'만 기다리고 있어야 그 알량한 과학의 결론에 도달한다.

봄빛이 창문을 스치고 있다.               [03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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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전망
이름: damibox


등록일: 2006-10-17 14:16
조회수: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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