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哭 과 '밥'

죽음의 문을 통과한 사람은
이제 사람이 아닌 '사람'이다.
삶과 죽음을 경계하는 백지장 보다도 더 얇은 찰라의 두께를 통과하는 순간에
산자들이 삶에서 죽음을 바라보았듯이
그들은 '죽음의 세계'에서 삶의 이 쪽을 넌지시 바라본다.

죽음을 명확하게 바로 앞에 둔 사람이 더욱 삶에 미련을 가질 때 그의 찬란했던 지난 삶마저
구차스럽게 변한다.
죽음을 앞 둔 자가 삶의 처절한 인연 한 쪼각 마저도 뿌리쳐 버릴 때
그의 구차한 지난 삶마저도 찬란하게 빛난다.
그래서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는 방법은 자신의 지난 삶의 질이 결정한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살았던 간에
'죽음'이란 산자들을 슬프게 한다.
우리들이 죽음 앞에 슬퍼하는 것은 어쨌든 망자의 빈자리에 대한 예의이다.

망자의 피붙이들이 슬프게 운다.
물론 이 哭은 망자의 인생에 대한 슬픔일 수도 있겠고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한 회한일 수도 있다.

식음을 물리치고 슬프게 울부짓는 피붙이들을 보다 못한 누군가가 이렇게 말한다.
- 哭도 힘이 있어야 하는 법이네, 이 사람아!
  밥심으로 우는 것이여!
  일단 밥 한 그릇을 먹고 울세!

이 때 '밥 한 그릇'을 빌려
죽음의 세계에서 이제 자신의 '삶'으로 되돌아오라는 각성이다.   [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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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哭 과 '밥'
이름: damibox


등록일: 2006-10-17 14:14
조회수: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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