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91x73 cm/킨버스에 아크릴릭/07.08.25
[인간의 권리와 '사람']

사람들은 저에게 반쯤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역사를 이렇게 절망스럽게 만든 것은
머릿속이 자랑스럽게 가득 차있는 온전한 사람들, 당신들이었습니다.
나는 내 머리 한 켠 여백에 당신들이 이미 잃어버린 맑은 하늘을 담았습니다.
흰구름이 떠가고 새가 평화롭게 날아가는 하늘을 담았습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외팔이 병신 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어쩌다 팔 한 쪽이 없는 사람으로 태어났습니다.
그러나 당신들의 축복과 같은 온전한 두 팔로 만들어 놓은 세상은
온통 개발과 전쟁이라는 지옥입니다.
나의 어깨 끝에선 그까짓 팔 대신에 한 송이 꽃을 철 따라 피웁니다.
당신들이 지옥으로 만들어 버린 세상을 환하게 밝힐 꽃을 피웁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앉은뱅이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두 다리가 없어서 식물처럼 움직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당신들은 온전한 두 발이 닿는 곳을 그곳이 아무리 아름다운 곳일지라도
야망과 공포와 두려움과 파괴의 쓰레기들만 득시글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나의 몸이 식물처럼 심어진 땅엔 내 몸을 거름 삼아
온갖 아름다운 풀꽃이 사시사철 평화롭게 만발합니다.

사람들은 나에게 감정이 없는 자폐아라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상의 모든 욕망만 가득찬 당신의 무딘 가슴 앞에서
나는 웃을 수도 없고 흘릴 눈물도 없습니다.
그러나 나의 가슴이 비록 캄캄한 밤일지라도 출렁이는 밤바다의 파도소리가 있고
별이 보석처럼 빛나고 날마다 가녀린 달이 뜨고 집니다.
그래서 항상 희망으로 설레이는 가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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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림에세이] 인간의 권리에 관한 명상 11 - '사람' / 2007.08
이름: damibox


등록일: 2007-08-25 16:16
조회수: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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