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9.02.15
['나무물고기' 124 - 날기 연습]

먼저 일어난 청둥이가 나를 몇 번 흔들어도 내가 뭉그적거리기만 하자
노란 부리를 내 귀에 대고 꽥꽥 악을 썼다. 그리고 부리나케 목어에게 달려가
부리로 턱을 때리면서 일어나라고 난리를 부렸다.
가을의 맑은 아침 햇살이 물속으로 끌고 들어온 무의도의 자태가 아름다웠다.
햇살의 각도에 따라 물속에 비치는 무의도의 그림자는 마치 춤사위를 보는 듯이
시시각각으로 변했다.
 
목어가 힘든 모양이다. 이번 여행에서 몹시 지친 듯 했다.
낯빛도 창백하고 까만 눈도 많이 흐려졌다.
목어가 말했다.
 
‘이제 청둥이가 새로운 날개를 펴 볼 때가 되었다’
 
나는 가슴을 조마조마하면서 청둥이의 오른쪽 날개에 묶여진 주황색 나일론 끈을 풀었다.
청둥이도 바짝 긴장을 하는지 그의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자! 다리에 힘을 주고 반듯이 서서 양쪽 날개를 천천히 펴 봐! 아주 천천히....‘
 
청둥이가 양쪽 날개를 펴기 시작했다.
일단 옆구리에 접혔던 날개를 들어 올린다음에 잠시 멈추고 나서
날개 끝을 양쪽으로 펼쳤다.
원래 있었던 왼쪽 날개가 부드럽게 활짝 펼쳐지고 어제 새로 붙였던 오른쪽 날개가
절반정도 펼쳐진 상태에서 멈추었다.
청둥이가 목에 힘을 주어 앞으로 길게 빼면서 날개 죽지에 힘을 불끈 주었다.
오른쪽 날개가 활짝 펴졌다.
하얀 날개깃이 반짝이면서 주변도 환해졌다.
 
‘됐다. 됐어! 이젠 천천히 다시 접어봐라!’
 
청둥이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홀딱 접었다.
 
‘다시 한번 쫙 펴봐라!’
 
청둥이가 빠른 속도로 쫙 펴면서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엥! 너무 손쉽게 되는데’
 
‘좍 편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위아래로 저어봐라!’
 
청둥이가 날개를 위아래로 저었다. 활처럼 휘어진 날개가 너무 아름다웠다.
 
‘이제 저 앞으로 가서 날개를 절반정도 편 상태에서 열걸음 쯤 달려가다가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는 순간에 날개를 마저 쫙 펴서 바닥을 때리듯이
위아래로 급하게 저어 봐라‘
 
청둥이는 문제가 없다는 듯이 앞으로 나가 날개를 반쯤 편 상태에서
우리에게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염려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속도를 높여 달려가다가 날개를 저으면서 위로 날아올랐다.
크게 원을 그리며 날아서 우리의 머리위로 왔다.
내가 또 청둥이에게 큰 소리로 외쳤다.
 
‘요 앞으로 와서 날개 끝 큰 깃털만 까닥거리며 공중에 뜬 채로 정지해 봐라!’
 
청둥이가 우리들 앞 쪽으로 날아와서 공중에 뜬 채 날개 끝만 까닥이면서 정지를 했다.
그런데 그의 몸이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면 몸에서 힘을 빼고 발을 아래로 향한 다음에 날개를 위쪽으로 올려
천천히 저으면서 바닥에 조심스럽게 내려앉아 봐‘
 
몸이 왼쪽으로 약간 기울면서 왼쪽 발이 먼저 바닥에 닿았다.
그리고 날아오르거나 내려앉을 때 아직은 몸이 뒤뚱거리면서 불안정 했다.
청둥이가 상기된 표정으로 우리에게 걸어오는 것을 보고 목어가 말했다.
 
‘역시 최고의 재주를 갖은 독갑이로구나! 독갑이의 돌잣대가 너무 정확했어.
청둥이의 원래 왼쪽 날개에 맞추어서 단 한금도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오른쪽 날개를 만들어 주었어! 새로 붙인 오른쪽 날개에서 두 개의 깃털을
뽑아버리던지, 너의 왼쪽 발목에 찬 노란발찌를 벗어버리면 몸의 좌우 균형이 딱 맞겠다‘
 
내가 청둥이의 발목에서 노란발찌를 벗기려 하자 청둥이가 나의 손을 막았다.
 
‘아니야! 이 발찌는 열불이 네가 둥글게 오그린 철사에 꽃지가 노란비닐끈을
곱게 감아서 내 발목에 채워준 발찌야.
독갑이가 날개깃털 한 개도 소중하게 잘 간수하라고 했는데....
글구 깃털마다 꽃지의 숨결이 스며있는데...
그걸 두 개씩이나 뽑아버릴 수도 없고....’
 
그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다가 잠시 후에 결심한 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한쪽 날개가 없이도 여태 잘 살아왔는데.... 난 몸의 균형이 기울어져 있더라도
이 발찌를 빼버릴 수 없어! 그냥 이대로가 좋아!‘
 
‘짧은 거리를 날아가는 것은 괜찮을 텐데... 먼 거리를 날아갈 때는 몸의 균형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쉬 피로해 진다... 그러나... 네가 원하는 대로 해라‘
 
청둥이는 우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뜨고 내리는 것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연습했다. 그의 몸이 점점 안정된 자세를 유지했다.
오후 무렵엔 물속을 날아올라 우리들의 머리위에 멈추어 공중에 뜬 채 꼬리깃을
탈탈 터는 재주를 보여주기도 했다. 그의 날개는 아름답기도 했지만 독갑이의 말대로
재빠르고 강했다. 날쌘 매와 제비 정도나 할 수 있는 공중 재주도 금방 해냈다.
빠른 속도로 날면서 직각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그의 날개는 자유자재로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수직으로 솟아 날아오르다가 제자리에서 급하게 몸을 돌려 다시 수직으로
낙하하며 거의 바닥을 스치듯이 다시 날아오르는 비행 기술도 완벽하게 했다.
그러나 여전히 몸은 왼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채 였다.
 
어느덧 저녁노을이 물속에 들어와 여기저기에 붉은 보석을 매달았다.
청둥이가 반짝이는 붉은 빛 사이를 통과하면서 다시 날아올랐다.
청둥이의 하얀 날개와 붉은 보석이 서로 감싸 안으며 휘돌았다.
빠르게 속도를 내더니 날개를 뒤로 제낀 상태에서 바람개비처럼 몸을 여섯 번이나
회전시키며 날았다. 그 모습을 본 우리는 손뼉을 치며 탄성을 질렀다.
청둥이가 날기 연습을 마치고 장한 표정을 한껏 지으며 우리들 곁으로 걸어왔다.
 
‘이제 청둥이가 떠날 때가 되었구나. 오늘 밤 충분히 쉬고 내일 새벽에 물위로 올라가
너의 길로 날아가야 한다‘
 
떠나야 한다는 말에 청둥이가 또 울먹이자 목어는 눈에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저.... 기쁘기만 하다‘
 
그렇게 말하는 목어의 목소리는 쓸쓸했다.


-추천하기     -목록보기  
제목: ['나무물고기' 124 - 날기 연습]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11 14:28
조회수: 2118 / 추천수: 452


day_090215_1.jpg (344.0 KB)
의견(코멘트)을 작성하실 수 없습니다. 이유: 권한이 없는 회원레벨
Copyright 1999-2018 Zeroboard / skin by DQ'Sty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