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0 cm/종이에 먹과 수채/08.03.14
['나무물고기' 14 - 지나가다]

검은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악취 때문에 속이 울렁거렸다.
이젠 작은 부유물질들이 얼굴과 몸에 들러붙는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바닥의 여기저기에서 숨 기둥들이 올라왔다.
그러나 물속은 기괴하리만큼 고요했다. 죽어있는 것은 소리가 없다.
이곳의 모든 것은 영혼이 없는 껍데기뿐이다.
내 살갗을 스치는 물조차 죽어있었다.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도 얼이 빠진 채 바닥에 아무렇게나 죽어서 나뒹굴고 있었다.

‘우린 어디로 가고 있지?’

‘바다의 근원으로’

‘그게 어디지?’

‘강과 하천이 긴 몸을 뉘어 이 바다와 만나는 곳’

‘그곳은...’

‘네가 지금 보고 있는 이 모든 죽음이 흘러들어오는 문이지’

물속의 이 불쾌한 고요함 때문에 불안해진 나는 木魚 쪽으로 몸을 바짝 붙였다.
쓰레기로 뒤덮힌 검은 바닥은 절망감마저 상실해 버렸다.

‘왜 그곳에...’

‘큭큭 그곳에 아름다움이 딱 하나 남아있어.
이제 이곳 소야바다의 모든 풍경은 장치되어 만들어진 풍경이지, 자연의 풍경은 남아있지 않아.
그러나 그것도 곧 시들어버릴 거야‘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사방이 죽음으로 이루어진 이곳 바다 속은
내가 감당하기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木魚가 말을 계속 이었다.

이곳을 통과할 땐 아차 잘못하면 자신 스스로 쓰레기가 되어 버려.
이곳은 끝나버린 사랑의 잔해들을 모두 거두어들이거든.
그것이 아름다운 사랑이든 추악한 사랑이든...내가 보기엔 사랑은 모두 똑같아.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버릴 땐 그것에 대한 사랑이 끝났다는 것이지.
인간들의 삶이란 쓰레기를 만들어 내는 과정인가 봐.
사랑이 생기면 무엇인가를 열정적으로 만들었다가도
그 사랑이 다하면 그것들을 아무런 미련 없이 죄다 버리고....
이 짓을 끊임없이 반복하거든.

어둡다. 쓰레기들이 스멀스멀 뿜어내는 숨 기둥 때문에 더욱 시야가 흐려졌다.
木魚가 둔중한 꼬리지느러미를 천천히 흔들며 쓰레기 더미 위를 지나가고
나도 그의 옆에서 손과 발을 허우적거리면서 쓰레기들이 뱉어내는 숨 기둥 사이를 지나갔다.
사람들이 한 때 사랑했던, 그러나 그 사랑이 다하면 미련 없이 내던져버린
우리들의 살점 같은 쓰레기 더미 위를 지나갔다.

물속 폐허 도시는 우리들 뒤로 그 모습을 멀리 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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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14 - 지나가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6:23
조회수: 1853 / 추천수: 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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