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종이에 먹과 수채/08.03.20
['나무물고기' 15 - 나무를 보다]

어둡다.
바닥을 덮고 있는 쓰레기들 속에서 예전에 내가 버렸던 것들의 허접한 모습이
간혹 희끗희끗 빛을 내며 내 시선을 잡아 당겼다.
그래서 더 어둡고 두렵다.
사랑을 잃고 버려진 것들은 유령을 닮았다.
그 허연 모습이 두렵기도 하지만, 한 때 보석처럼 빛나던 것들을
저렇게 허연 유령처럼 만들어 버린 내 자신이 오히려 두렵다.
저들로 부터 사랑을 거두어 버린 내가 두렵다.
버려진 이후의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해서
나는 단 한 푼어치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온갖 부유물질이 떠도는 바닷속 길은 어두운 밤 공동묘지와 같았다.

‘힘들지? 이제 거의 다 왔다’

‘힘이 들진 않아! 다만 나도 이 쓰레기들처럼 이곳 어두운 바닥에
그만 눕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큭큭 아마 이 쓰레기들이 너를 받아들이지 않을 거야’

길이 끝나가는 곳에 희므끄레하게 빛을 내는 꽃나무 한그루가 서 있었다.
이 삭막한 어두움 속에도 어김없이 저렇게 빛은 존재하는 것일까.
저 빛은 희망을 상징하는 것일까.
이 어둠은 끝나는 것일까.
불안감에 사로잡힌 나는 ‘빛’이나 ‘희망’ 같은 낡은 용어를 유행을 거슬러가며
나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었다.  

木魚도 숨이 막히는지 겨우 말을 했다.

모두 그 안에 있어.
빛은 어둠 안에 있고 어둠은 빛 안에 있어.
용기는 두려움 속에서 숨을 쉬고 두려움은 용기 속에 숨어 있어.
어둠이 끝난다고 해서 빛이 비추는 것이 아니고
빛이 사라진다고 해서 어둠이 오는 것이 아니야.
모두 서로 그 속에 있어.

둘은 저 멀리 희미하게 하얀 꽃을 매달고 있는 나무를 향해 쉬지 않고 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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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15 - 나무를 보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6:26
조회수: 1804 / 추천수: 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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