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12.23
['나무물고기' 18 - 떨어지다]

하얀 꽃이 온 힘을 다해 중얼거리는 소리가 천천히 잦아들고 있을 때
저기 물속 멀리서 불빛 하나가 나의 이마를 언뜻 스쳐 지나갔다.

별똥별이 긴 꼬리를 사르며 물속 어두움 뒤편에 꽂혔다.
별 하나가 급하게 사라진 하늘은 더욱 깜깜했다.
木魚가 별똥별이 사라진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빛은 때때로 어둠을 더욱 어둡게 만들거든'

'별 하나가 사라졌네?'

'음...세상엔 영원한 것도 없지만, 사실... 사라지는 것도 없어.
그냥 그 만큼 존재하는 거야. 영원한 만큼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사라지는 만큼 다른 것으로 바뀌면서 영원히 존재하지'

'저기 어두움 너머로 떨어진 작은 별은 어떻게 생겼을까?'

'글쎄, 나도 그것이 알고 싶어.
하늘을 향해 기원하는 인간세상의 욕망들이 별 하나에 가득 차면
무거워서 더 이상 하늘에 떠 있을 수가 없어.
욕망위에 욕망이 쌓이면 하나의 생명으로 변한다구.
그걸 우리는 탄생이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운명이라고도 하지.
탄생이든 운명이든 거의 비슷한 말이지만....
저 컴컴한 하늘은 오늘 어떤 생명을 별똥별에 실어 이곳 시커먼 물속에 보냈을까.
결국 우리들이 원하고 요구했던 운명이란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

나는 뒤로 두어 걸음 물러서서 몸을 한차례 가늘게 떨며 목어의 말을 받았다.

‘별똥별엔 우리들의 미래가 새겨져 있다는 말도 있긴 하지만...
무서워! 이 세상의 미래를 직접 들추어본다는 것은 너무 두려워'

木魚가 큰 입을 약간 벌려서 미소를 짓다가 곧 굳게 다물었다.

‘큭큭 미래는 현재가 결정하지. 그것보다는 이제 내 몸이 삭아 이 물속에서
녹아버리기 전에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다른 무엇을 꼭 한번 보고 싶다는 말이지.
내 몸은 너무 오래 살았어.
몇 일전엔 작은 별똥별들이 이곳 물속에 소낙비처럼 떨어졌지.
요즘 들어서 별이 자꾸만 이곳으로 떨어지고 있어.
마치 별들이 나를 부르고 있는 것 같아.
나는 저 어둠 뒤편으로 떨어진 별똥별을 보러갈 생각이야‘

‘그곳이 물속 어디쯤이지?’

‘내 눈대중으로 보자면 아마 물속 저 어둠 끝에 다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도시일거야’

‘위험하지 않을까?’

‘이곳 시커먼 물속은 어디든 무섭지 않는 곳이 없어. 아니 세상은 다 무섭지.
생명이란 물론 그 자체로 축복 받아야 하는 대신에
항상 무섭고 위험한 곳에 존재해야 할 운명으로 태어나지'

木魚는 꼬리지느러미를 천천히 흔들어 어둠의 끝에서 쉼 없이 자라고 있는  
새로운 물속도시를 향해 자신의 무거운 몸을 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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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18 - 떨어지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6:38
조회수: 1865 / 추천수: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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