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12.24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5.04

['나무물고기' 19 - 내려오다]

물 속 바닥엔 깜깜한 밤하늘이 내려와 있다.
썩어 내려앉은 바닥의 꺼먼 흙들이 마치 밤하늘처럼 아늑하다.
주단처럼 깔린 까만 바닥에 붉은 별들이 무수하게 박혀있다.
별들은 깜빡이지도 않고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바닥에 놓여있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별들이 돋아있는 하늘 위를 헤어갔다.
끝없이 펼쳐진 붉은 별들을 보고 마음이 들뜬 木魚가 큰소리로 말했다.

‘큭! 밤하늘이 바닥에 카페트처럼 깔려 있어!’
바다가 죽어가면서 만들어 놓은 별무리야! 그런데....이 불가사리들도 모두 죽어있군.
산소가 부족해서 썩지도 못하고 그대로 미이라가 된거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붉은 별들이 고요하게 박혀있는 이곳 물 속 바닥은
아름답다. 불가사리들의 주검으로 만든 아름다운 밤하늘이다.
밤하늘에 돋은 붉은 별들이 아름답다. 다만 아름다움 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누구나 ‘아름다움’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
바다의 죽음으로 만든 이 아름다움에 자꾸만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나는 죽음의 공범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일까.

어두움이 공기마저 모두 밀어내버렸는지 숨쉬기가 점점 힘들었다.  
木魚가 숨을 몰아쉬면서 어렵게 말을 이었다.

‘이렇게... 어두운...세상의 모든 죽엄이 득시글한 이곳도
큭...아름다움이... 존재하는구나.’

나는 잘난 체 마구 지껄이며 목어의 말을 받았다.

‘그래! 아름다움이란 善도 惡도 아니야. 그냥 가끔 때에 따라 아름답다고 느끼다가도
그것이 또 갑자기 추악하게 변하기도 하지. 아니, 아름다움의 대상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내가 변하는 것이지.....그런데, 불가사리가 만든 이 별들도.....
억지 죽음은 최후에 아름다운 결기를 만들어 내지.
이곳 바다가 죽을 때....아름다운 결기로 이 별들을 까만 바닥에 박아 놓았던 것이야.....
그리고.... 바다는 죽었어.....또....그리고....바다가 내놓은 아름다운 별들도 죽었어.
이곳 바닥에 깔린 밤하늘은.... 별들의.. 아니.... 불가사리들의 무덤이야...아아.... 숨이 차다.‘

木魚가 앞을 향해 갑자기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지금부터 이 검은 밤하늘을 다 건널 때 까지 말을 아껴야 한다.’

물 속 바닥에 검은 밤하늘이 내려왔다.
우리는 무수한 별이 박혀있는 밤하늘 위를 급하게 헤엄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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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19 - 내려오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6:42
조회수: 1779 / 추천수: 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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