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5.06
['나무물고기' 20 - 번지다]

‘저것 봐!’

木魚가 눈으로 앞쪽을 가리켰다.
소야바다 안쪽 반월천이 합류하는 곳에서
무지개 색깔이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물속 어두운 곳에서 색깔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번지고 있었다.

‘무지개 조명인가?’

‘큭큭, 오랜만에 물 밖 세상은 지금 비가 쏟아지고 있는가 봐.
비가 쏟아질 때 마다 가끔 땅위의 염색공장들이 오폐수를
여기 물속에 몰래 흘려보내지‘

‘저 곳을 통과하면 축제기분이 들겠다.’

木魚가 머리를 좌우로 단호하게 흔들었다.

‘냄새가 여간 역겹기도 하지만, 저것은 毒이야.
너는 잠시도 견디지 못하고 색깔에 오염되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어‘

색깔들이 물속에 풀어지면서 바다 밑의 어둠을 삼키려는 듯이 스물스물 번졌다.
살아있는 색깔들이 죽어있는 물속을 알록달록 물들이고 있었다.

‘사람들은 다양하고 선명한 색깔을 만들기 위해 많은 것을 잃고 있어!
그렇게 만든 색깔은 본질을 임시로 가리거나 위장하는 것에 이용되기도 하지.
때로는 허상을 본질처럼 보이도록 치장하기 위해서 사용되기도 해‘

‘그래....그럴 수 있는 색깔은 멋진 거야’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木魚가 호기심에 생기가 돌면서 큰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 곧 썩어갈 누추한 내 몸이지만 오랜만에 새로운 색깔을 올려 볼까.
내가 저 색깔들 속에 다녀 올 동안 넌 이곳에 꼼짝 말고 기다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木魚가 힘차게 꼬리를 흔들며 색깔 속으로 달려갔다.

스물스물 번지는 색깔들 너머로 물속은 활기를 되찾은 것처럼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두운 물속 저 끝자락에 새롭게 자리 잡은 도시가 분주한 소리를 내고 있었다.
물속 도시가 만드는 빌딩숲은 지금 이 시간에도 쉴 새 없이 자라고 있다.
그들의 바쁜 소리가 아득하게 들렸다.
쉼 없이 돌아가는 기계소리 사이로 가끔 폭발음 같은 것이 끼어들었다.
갑자기 물속도시가 내는 분주한 소리들은
내 눈 앞에서 서로 부비면서 번지는 색깔들을 강한 흡인력으로
빨아들이려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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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20 - 번지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6:46
조회수: 1803 / 추천수: 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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