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8.05.10

['나무물고기' 21 - 처음보다]

아! 물고기가 저토록 아름답게 유영하는 것을 나는 처음 보았다.

여태 둔중하게만 보였던  괴물 木魚의 몸이 알록달록한 색깔 속을
어느덧 날렵하게 통과하면서 위로 솟아올랐다.
몸을 한 바퀴 빙 돌려서 꼬리로 강하게 물을 때리면 그의 몸은 다시
밑을 향해 곤두박질하듯 선회를 했다.

물에 너울너울 번지는 색깔들도 살아있어서 목어의 몸을 휘감았다가
그가 몸을 뒤틀어 갑자기 속도를 내면 색깔들은 바람에 날리듯이
그의 몸에서 풀려나 꼬리 뒤쪽에 소용돌이를 만들며 다른 색깔과
자연스럽게 포옹을 했다.

그는 물속의 저항을 견디며 헤엄치는 것이 아니라
물과 색깔들이 미리 틈을 만들어 놓은 곳을 따라 스며들듯이 미끄러져 들어가
금방 물과 한 몸이 되어 솟구쳤다.  
솟구치면 물인 듯 하다가 몸이 되고, 뒤척이면 몸인 듯 하다가 물이 되었다.

반월천에서 금방 쏟아져 내린 파랑색 띠가 다른 색깔들과 섞이면서
전혀 새로운 색을 만들었다. 그리고 크게 원을 그리며 유영하는 목어의 뒤를 쫓았다.
뒤따라오는 파랑색 띠를 목어가 속도를 늦추어 그의 몸으로 받았다.
파랑색 띠가 목어의 몸을 싸안았다. 목어는 사라지고 파랑색 큰 더미만 남아서
다른 색깔들 사이를 헤어갔다. 다른 색깔들에 파랑색이 조금씩 번지면서
다시 새로운 색을 만들었다.
그렇게 차츰 파랑색이 풀어지자 목어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의 비늘에 새벽 별빛과 같은 파란색이 문득문득 머물렀다.
그가 색깔과 색깔을 통과할 땐 꼬리를 한 번 크게 튕겨 속도를 더하고,
그 탄력으로 몸을 뒤집어 방향을 바꿀 때 마다 그의 몸은 다른 색깔로 변했다.

색깔들 속에 뒤섞여서 유영하는 木魚의 모습은 황홀했다.
저렇게 멋진 춤을 출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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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21 - 처음보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6:49
조회수: 1650 / 추천수: 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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