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30 x 45 cm /종이에 먹과 수채/09.02.23

['나무물고기' 30 - 인간이다]

‘누구야? 괙괙괙!
이 귀하신 몸이 날기 연습하는 엄중한 시간에 감히 날 부르는 게 누구야?’

왼쪽 날개만 퍼득이던 청둥이가 빙빙 돌던 것을 멈추고
자욱한 오니들의 먹구름을 벗어나 이쪽으로 걸어오면서
큰소리로 괙괙 외쳤다.

‘모야?
木魚 아저씨! 오랜만이네.
삐그덕 거리는 저 큰 몸이 아직까지도 부서지지 않고 잘 견디고 있었군!
한동안 모습이 보이지 않더니만 어디서 뭐하고 지내셨나?‘

‘그 동안 많이 컷구나. 하얀 날개깃도 이제 제법 윤기가 흐르고...’

‘왠 일이야? 괙괙괙
저 낡아빠진 몸에 어쩌자고 저렇게 알록달록하게 색을 올렸어?
아저씨가 뒤늦게 장가들려나 봐.
화! 진짜 새신랑처럼 보이는데! 우헤헤헤‘

오른쪽 날개가 잘려나간 자리엔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남아있는 날개 상뼈가
아문 살과 함께 옆구리에 단단하게 붙어 있었다.
옆으로 한껏 좍 편 왼쪽 날개는 마치 활처럼 날렵하게 휘어져
금방이라도 하늘로 날아오를 것 같았다.

‘그래, 이 낡은 나무껍데기 몸이 열반에 들기 전에
마지막으로 새 단장을 했어.  반월천 염색공장 폐수구에 다녀왔지.
넌 여전히 날기를 포기하지 않았군.
그런데 아직도 제자리에서 빙빙 돌기만 하는 구나‘

‘괙괙괙! 木魚아저씨는 만날 때 마다  말로만 열반한다고 하고선
여기 소야바다 물속에서 제일 오래 살고 있잖아!
글구 내가 날지 못한 채 매일 한쪽 날개로 제자리에서만
빙빙 돌고 있는 것이 저렇게 고소한 모양이지?
그렇지만 난 이래봬도 하늘 구만리를 제 안방처럼 날아다녔던
철새 청둥오리의 어엿한 장손이라구.
겨우 이곳 시커먼 물속이나 뒤지며 열반하길 기다리는
木魚 아저씨완 족보가 전혀 달라! 괙괙괙‘

반짝이는 푸른 머리의 청둥이는 노란 부리를 딱딱거리면서
木魚의 말에 활달하게 댓거리를 했다.

‘그럴 리가 있나. 이젠 너도 잃어버린 오른쪽 날개를 찾으러 먼 길을 떠나도 될 만큼
늠름한 청년오리가 되었어...’

‘에이잇! 또 그 지겨운 소릴 하시네. 어릴 때 잘려나간 날개를 어디서 찾는단 말이요?
떨어져 나간 날개는 이미 썩어서 저 검은 물에 녹아버렸겠지 뭘‘

‘넌 내 말을 아직까지도 믿지 않는구나.
아주 먼 옛날에...내가 해망산 중턱에서 살고 있을 때...
한 쪽 날개를 잃은 아기 청도요새는.... ‘

‘그 다음 이야긴 내가 대신 할께! 괙괙괙
어미 도요새가 서해바다 백아섬으로 날아가 새끼 도요새에게 잃어버린 날개 한쪽을
찾아서 달아 주었다....
이젠 나도 그 이야길 너무 자주 들어서 다 외워 담았다구!‘

‘맞아! 그건 내가 해망산에 살적에 두 눈으로 직접 보았던 실제 상황이라구’

‘으익! 또 오백년도 더 지난 옛날이야기! 괙괙괙
목어 아저씨! 지금은 엄연히 21세기야! 인간들이 멋진 신혼여행을 위해서
저 하늘나라에 허니문호텔을 짓는다는 세상이야!‘

내가 木魚의 등위에 앉아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의아한 표정을 짓던 순간에
나를 뒤늦게 발견한 청둥이가 갑자기 목을 길게 내밀고 외쳤다.

‘어? 괙괙괙!  아저씨 등위에 왠 동물이야?
저거... 인간이다, 인간! 괙괙괙 세상에서 제일 모자란 동물!
저 인간 동물이 어떻게 아저씨의 등에 붙어 버렸지? 괙괙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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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나무물고기' 30 - 인간이다]
이름: damibox


등록일: 2009-09-08 17:18
조회수: 1774 / 추천수: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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