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도시 농부 가족圖/ 162 x 260 cm/ 캔버스에 유채/ 2011.6.26 __________________[그림을 클릭하면 더 큰 이미지를 볼 수 있습니다]

[도시 농부 가족圖]

예전에 1980년대 민중미술에서는
농촌의 가족을 그린 그림들이 있다.

1970년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농촌에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떠났던 사람들이 추석명절이나 구정 설날에 잠깐 귀향한다.

큰아들은 도시에서 아파트 경비원이 되기도 하고
일하면서 야간학교라도 다녀서 말단 공무원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세째 아들은 인천에서 공장에 다니고
네째아들은 중국집 배달부 철가방으로 전전했다.

큰딸은 도시 친척집에 올라가 식모가 되고
작은딸은 재봉공장에서 미싱을 돌리고
막내딸은 공장에서 일하다가 술집아가씨가 되어 '별들의 고향' 경아처럼 세상을 떠돌았다.
이런 가족들이 명절날 오랜만에 모여 기념촬영하는 모습을 그린 그림들이
1980년대 민중미술에 몇 작품 남아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작품은 역시 오윤선배의 그림이다.

이제 그 때로 부터 약 2,30년이 훌쩍 지났다.

이 그림은 바로 오늘 현시점을 그린 것이다.
큰아들은 벌써 정년퇴직을 앞둔 나이가 되었다.
며느리는 선그라스를 쓰고 갖은 멋을 냈다.
화면 왼쪽엔 할아버지 옆에 할머니가 고운 얼굴로 서 있다.
손주아들 녀석은 이어폰을 끼고 머리 한쪽은 노랗게 염색했다.
손주딸은 기념촬영을 하는데도 핸드폰을 들고 어딘가로 열심히 문자메세지를 보내고 있다.
텃밭엔 도무지 별 관심이 없다.
물총을 허리에 차고 농기구 긴 넥끼를 든 막내손주만 장군처럼 마냥 흥겹다.
큰아들 손주는 엊그제 대학졸업하고 아직도 백수인가 보다.
오늘 텃밭가꾸기에 억지로 부모손에 이끌려 나왔는지 얼굴엔 불만스런 표정이 가득하다.
역시 애견 한마리가 둘째 아들손주를 올려다보며 시선을 끌고 있다.

자신들의 고향, 농촌을 떠나 수도권 어디쯤 아파트 숲 신도시에서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이다.

이 메마른 도시에서 오랬동안 고향을 떠난 향수를
이렇게 도시텃밭을 통해 해소하는 모습이다.

이제 노년으로 들어선 큰아들의 뀅한 눈에서 고향을 떠나 뿌리뽑힌 삶의 허무감이 묻어나고 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늙어가는 큰아들 부부와 손주들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기쁘고 충만한 삶일 것이다. 그러나 이젠 돌아가지 못할 고향의 산천을 잊을 수는 없을것이다.
이렇게 아파트 근처 언덕에 손바닥만한 텃밭이라도 일굴수 있다는 것만도
천만다행이다.

그러나 선그라스를 쓴 며느리와 손주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가슴에 어떤 감정이 들어있는지
전혀 알수도 없고 또한 알 필요도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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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mib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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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도시 농부 가족圖
이름: damibox


등록일: 2011-07-04 16:47
조회수: 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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