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캔바스천에 아크릴릭/260x850 cm/1995년作/ 광주시립미술관 소장)  *이미지를 클릭하면 큰화면을 볼 수 있습니다.

작품 '천인'의 주제는 80년 광주민중항쟁이며, 소재는 화순 운주사의 '천불천탑'이다.
나는 80년대에 화순 운주사 천불천탑에 관하여 여러가지 작업들을 하였다.
그 중엔 운주골짜기에 얽힌 전설을 바탕으로 그린 '운주미륵' 연작판화가 있다.
이 판화는 황석영의 장길산 전집(현암사/1986년)에 수록되었다.
또한, 1982년에 8m 필름으로 다큐영화도 만들었으나 현재 필름의 행방은 알길이 없다.
1995년, '미메시스'의 전승일의 도움을 받아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작품 '천인'은 1995년 '제1회 광주 비엔날레' 본전시에 출품하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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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땅 무등산 뒷자락 한줄기를 따라 야트막한 야산, 골짜기 안에 좌절된 혁명의 꿈이 돌에 새겨 미륵으로 서 계시다.

이 골짜기 안에 천불천탑을 세우면, 불의와 갈등으로 점철된 낡은 세상이 물러가고, 화평한 세상이 도래한다는 것이다.

의인 한 명이 부족하였던가. 마지막 일천번째의 두 불상이 일어서지 못하고 누워버려, 몸은 어둠의 세상에
담그고 있으되 눈은 해와 달의 운행을 바라보시며, 천지가 화합하는 의로운 세상을 기다려 천년 세월을 그렇게 누워 계시더라.

천년 세월을 누워 계신 와불을 일으켜 당신 뜻대로 공사 바위에 앉게 하시니, 이 세상 모든 것이 서로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루기 시작하더라.

돌부처도 싫으면 서로 등을 돌리는가. 석조불감 안에서 남과 북으로 서로 등을 돌리고 계시는 두 미륵을 마주보게 하니,
비로소 화해와 평화가 강물처럼 온 골짜기에 넘쳐 그 기운이 동서남북 사방에 가득하더라.

이 골짜기에 현재 남아있는 탑이 21기, 佛 이 103분이었는데 와불이 일어서신 연후 차차로 땅속에 묻혀있던 미륵들이 솟아나와
제자리를 잡으시고, 흔적만 남은 미륵은 그 흔적을 따라 새로 세우고, 흔적조차도 없어진 미륵은 낡은 세상을 타파코자 한목숨 아끼지 않았던
이름없는 전사들의 숨결을 얻어 내려오시더라.

그리고 祈主 인 내가 망월동을 우러르니, 그곳에 누워 계신 오월 전사들께서 현현하여 언뜻 걸어와 내 손을 잡아 주시어,
시신은 미륵으로 서 계시고 묘비는 날아와 탑으로 꼿히시더라.

하여, 이 그림이 완성되기 직전까지도 천불천탑이 되기에는 각 1기씩이 부족하여 마음이 심히 답답하던 중에 보슬비 곱게 내리던 지난 봄,
이 골짜기를 답사하다가 내 발부리에 스치는 나무 한 토막이 인연이라.
아무런 뜻 없이 주워온 것이 있어 한쪽에 탑을, 다른 한쪽에 미륵을 새겨 이 글의 앞뒤에 꾹 눌러 찍으니
이제사 천불천탑이 나의 그림에 안치되었더라.





 
(운주미륵 연작/ 판화/35x25cm/1986년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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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천 인 (千 人) / A THOUSAND PEOPLE / 1995년 作
이름: damibox


등록일: 2006-10-16 18:33
조회수: 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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