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의 그림창고



임향한 作 / 수묵채색/1991(?)  [통일그림 지상전 - '통일문학 통일예술' 창간호 - 도서출판 힘/1992년 8월 발행]

작업실 이사 후, 책정리를 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나의 아들 승완이를 그린 그림의 도판이다.
'통일문학 통일예술'이라는 무크지 창간호의 칼러페이지 '통일그림 지상전'에 실려있다.
이 무크지 끝페이지에 책 발행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통일문학과 통일예술은 온겨레의 통일염원과 통일정서를 담아내기 위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창간호를 발판으로 시작해 통일시인 문익환목사님을 발행인으로 모시고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여러분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통일그림 지상전'은 당시 그림마당 '민' 기획실장이며 미술평론가였던 곽대원씨가 그림을 선정하여 해설글을 썼다.

마이크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는 승완이, 이것은 매년 광주 금남로 가톨릭 센타 앞에서 열리는 '五月 거리음악제'에 출연하여
당시 감옥에 갇혀있던 애비의 석방운동 차원에서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노래는 '타는 목마름'이었다.
임향한이 그린 이 그림에서 나는 콜라병을 들고 있는 승완이를 목마태우고 있다.
이 모습은 원래 한장의 사진이었다.
1987년 6월 항쟁이후 여름날 주변 동료들과 함께 가족을 데리고 오랜만에 무등산 계곡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중에 후배들 중 누군가가 촬영했다.
이 때, 우리들의 민주화 투쟁은 6월 시민항쟁으로 부분적 승리에 취해있을 때 이고,
나의 개인사는  가장 피폐되어 있었으며 내 삶의 여러가지가 어려웠던 상황이었다.
직후, 나는 이혼을 겪고 아들과 단 둘이 살았다.

이 그림의 작가인 임향한이 위의 사진들을 어떻게 구하게 되었는지는 나도 아는 바가 없다.
임향한은 가족들 곁을 떠나 감옥에 갇혀있는 아빠의 부재를 표현하기 위해서
나의 모습을 하얀 공백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 보면, 감옥 시절이 가져다 준 나의 '부재'도 분명히 괴로웠지만
그로부터 약 3년전, 저 사진이 찍혔던 당시 '나의 존재에 대한 부재'는 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시기였다.
슬프고 괴로운 시간들이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면서
임향한이 이 그림을 그렸던 시대가 갖는 나의 '부재' 와 함께
그림의 소재가 되었던 사진이 촬영된 당시의 '부재'의 괴로움이 아울러 생각이 난다.
작가의 의도와 상관없이 이렇듯 예술은 상상력의 의표를 무한하게 갖고있다.
나는 먼 훗날이라도 이 도판의 실제 작품을 직접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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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승완이' / 1990년 임향한 作
이름: damibox


등록일: 2006-10-24 12:18
조회수: 2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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